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전문가 에세이] 세월 가면 저절로 잊어질까?

지역뉴스 | | 2023-09-07 11:32:05

전문가 에세이,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기억’ 연구의 선구자 제임스 맥고 박사는 어느 날 AJ 라는 젊은 여성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선생님, 모든 게 너무 자세히 기억나서 미칠 것 같아요. 10년 전, 20년 전, 어느 날짜라도 제게 물어보세요. 뭐든 다 기억할 수 있어요.” 그녀는 실제로 그날그날 일어난 세세한 지역 뉴스부터 날씨, 어느 극장에서 어떤 영화가 몇 시에 상영되었으며 주인공은 무슨 색의 옷을 입었는지 일일이 기억했다. 처음엔 장난 정도로 여겼던 맥고 박사는 AJ를 만나 사실을 확인하자 곧바로 정신과의사, 뇌과학자와 더불어 연구팀을 구성한다. 이것이 ‘과잉기억증후군’ 탐색의 시작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더 잘 기억하고 싶어 하는 줄 알지만 늘 그런 건 아니다. 9.11과 같이 트라우마로 남을 재난, 첫사랑 연인이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던 그날의 쓰린 기억, 끔찍한 자동차 사고현장, 사랑하던 가족이 세상 떠나던 날의 마지막 힘겨운 호흡, 회사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던 기억….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 시간 그 자리에 다시 돌아간 것 같은 괴로움이나 공포를 잊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고통스런 기억들이 세월 가면 잊어진다는 망각 이론에 의지해왔다. 마치 오래 전에 찍은 사진이 세월 따라 빛이 절로 바래듯. 

최근 인지심리학자들은 망각이란 저절로 일어나는 수동적 현상이 아니라 뇌의 능동적 활동의 결과라는 새로운 이론에 집중한다. 뇌의 망각 기능을 활성화하면 PTSD, 불안, 알츠하이머 등에 더 나은 치료법이 될 것이라는 희망도 있다. 존 뮤어 트레일을 걷던 하이커들이 갑자기 나타난 곰의 모습을 AJ처럼 낱낱이 기억한다면 어떻게 될까? 곤두선 털과, 발톱의 구부러진 각도, 곰 그림자를 더 크게 만든 저물녘 태양의 각도 등을 죄다 기억한다면? 그 다음엔 곰으로부터 공격당하지 않을 어떤 레슨을 찾기가 오히려 힘들 것이다. 불필요한 세부 기억보다는 핵심만 기억해야 미래 새로운 상황에서 응용이 가능하다. ‘기억’만큼 ‘망각’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망각이 없으면 기억도 없다. 하버드 연구팀도 초파리, 생쥐 등을 이용한 기억실험에서 알츠하이머란 기억 작용 고장이 아니라 망각 작용의 고장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내놓았다(2013). 망각의 지나친 활성화가 치매증상을 부추긴다는 것. 위에서 어떤 물건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것을 잡으려고 한다. 그런데 그 물건이 가시 돋친 선인장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면? 당연히 뻗었던 손을 다시 들여올 것이다. 가시에 찔리면 아프다는 기억 때문에 사람이 원치 않는 경험 앞에서 손 뻗는 행동을 멈추듯, 원치 않는 기억이 떠오르면 자발적으로 기억 인출을 억압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즉, ‘기억하기’ 대신 ‘망각하기’를 활성화하면 머릿속에서 나쁜 기억만 골라서 지우는 일이 가능해진다. 우울한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슬픈 기억을 계속 떠올리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되풀이 반복하는 것도 통제가 가능하다. 의학, 심리학, 뇌과학은 이렇게 PTSD 환자들의 고통스런 기억만 선택적으로 지우는 기술을 집중 연구 중이다. 세뇌로 악용될 윤리적 위험을 걱정하는 일부 시각에도 불구하고 망각 연구는 최근 심리학계의 핫한 주제이다. 세계적 재난 급의 기억뿐만이 아니다. 엑스(Ex)를 잊지 못해 잠 못 이루는 밤,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 지우듯 원치 않는 기억만 ‘클릭 클릭-->완전 삭제’로 갈 수 있다면 짧은 인생길, 아픈 세월도 후울쩍 단축되리라. 

<김 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온전재무, 24일 자산관리 세미나
온전재무, 24일 자산관리 세미나

24일 2시, 스와니 에벤 실버타운사업주와 부동산 투자자 세미나 온전재무(OnGen Finance)는 24일 오후 2시 스와니 소재 에벤 실버타운에서 사업주와 부동산 투자자를 위한

연말 시즌, 어떤 술이 건강에 이로울까?
연말 시즌, 어떤 술이 건강에 이로울까?

맥주 마시는 것이 와인, 리커 보다 안좋아 일주일 뒤면 추수감사절이고 연말 할리데이 시즌을 맞아 음주자들은 잦은 술자리를 갖게 된다.술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어떤 술을 선택하느

주정부,1인당 최대 6,500달러 교육비 지원
주정부,1인당 최대 6,500달러 교육비 지원

프라미스 장학금 프로그램 승인가구소득 연방빈곤선 400%이하  사립학교 재학생을 포함해 일정 자격을 갖춘 학생에게 최대  6,500달러의 교육비를 공적자금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퀸 하우스, 40년째 기부 프로젝트 이어가
퀸 하우스, 40년째 기부 프로젝트 이어가

푸드 박스 및 기프트 카드 제공19일부터 22일까지 수령 가능 비영리 단체인 로렌스빌의 퀸 하우스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프로젝트를 40년 동안 이

조지아 공립학교 수돗물 ‘납’ 함유 심각
조지아 공립학교 수돗물 ‘납’ 함유 심각

검사337곳 중 미검출 3곳 불과절반 이상이 허용 기준치 초과비용지원 불구 검사참여는 14%  연방 재정 지원에도 불구하고 조지아 공립학교 수돗물 납 검사가 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남부한인회연합회 제31대 김기환호 출범
동남부한인회연합회 제31대 김기환호 출범

“소통과 화합, 차세대 성공 위해 일하겠다”체전 발전, 차세대 네트웤 및 잡페어 행사 미동남부한인회연합회 김기환 제31대 회장 취임식이 지난 16일 오후 5시 둘루스 개스사우스 컨

인종혐오 전화문자, 라티노·LGBT로 확산
인종혐오 전화문자, 라티노·LGBT로 확산

디캡 13세 소녀도 문자 받아FBI“모든 사례 수사 중”경고  대선 직후 전국 각지 흑인들을 대상으로 과거 노예농장으로 가 일해야 한다는 휴대전화 문자가 무차별적으로 뿌려진 데 &

독일 크리스마스 분위기 느낄 수 있는 마켓 개장
독일 크리스마스 분위기 느낄 수 있는 마켓 개장

독일계 미국인 문화 재단 주관온가족 참여 가능한 이벤트 진행 조지아에서 독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애틀랜타 크리스트킨들 마켓(Atlanta Christkindl Mar

저가항공사 스피릿 파산보호 신청
저가항공사 스피릿 파산보호 신청

챕터11…운항 지속·구조조정  ATL노선 일부 취소·감축 전망   저가항공사인 스피릿 항공이 18일 연방 파산법원에 챕터 11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그러나 애틀랜타에 미치는 영향을

'행복이 들썩들썩' 법륜스님 행복학교 수업 모집
'행복이 들썩들썩' 법륜스님 행복학교 수업 모집

마음편과 특별과정 참가자 모집온라인으로 일주일에 1회씩 진행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행복학교가 ‘62기 마음편’과 ‘11기 특별과정’ 참가자를 모집한다.수업은 한국시간으로 12월 3일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