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퍼센트 명시 업소 35곳 조사 결과
지난 주말 가족들과 함께 LA 한인타운의 한 식당을 찾았던 김모씨는 18%, 20%, 22% 퍼센티지 별로 팁이 명시된 영수증을 받고 아무 생각 없이 18% 팁을 선택했다.
집에 돌아 와 영수증을 확인하니 18% 팁 금액은 음식값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카운티 판매세(9.5%)를 더한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세일즈 택스를 붙이기 전 금액에 대해 팁을 붙이는 것으로 알고 있는 데 뭔가 속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과도하게 오른 이른바 ‘팁플레이션(tip-flation)’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팁 퍼센티지가 명시된 영수증을 발행하는 LA한인타운 식당 중 절반 이상이 음식값에 세일즈 택스를 더해 팁을 계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0개 요식업소 영수증을 추려 이중에서 퍼센티지 팁을 명시하지 않은 65개 식당을 제외한 35개 영수증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퍼센티지 팁을 영수증에 명시한 35개 식당 가운데 판매세를 더한 금액을 기준으로 팁을 계산한 경우는 절반이 넘는 19곳에 달했다.
예를 들어 한끼에 15달러짜리 점심식사를 하고 LA 카운티 9.5% 세일즈 택스를 더하면 16.43달러짜리 영수증이 발행된다. 15달러에 팁 18%(2.70달러)를 내고 세일즈 택스(1.43달러)를 합하면 19.13달러가 점심값이지만 택스를 합한 16.43달러에 18% 팁(2.98달러)을 주면 총 비용은 19.39달러로 늘어난다.
사소한 차이같지만 금액이 클수록 팁 계산 방법에 따라 가격 차이는 더 커진다. 4인 가족이 고기 집에서 식사를 하고 200달러가 나왔다고 가정하면 세전 기준으로 팁 18%를 냈을 경우 팁(36달러)과 세일즈 택스(19달러)를 합한 255달러가 총비용이다. 반면 세일즈 택스를 합한 220.5달러에 18% 팁(39.42달러)을 낸다면 가족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259.92달러로 올라간다.
물론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팁을 세전 혹은 세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규정은 없다. 그러나 소비자 매체 ‘레딧’과 ‘오센틱’등은 “식당 팁은 고객이 종업원부터 받은 서비스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주는 것”이라며 “당연히 음식값 부문만 팁을 주는 것이 맞으며 택스를 합쳐 팁을 부과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부 업소들의 세후 팁 계산방식에 한인들의 불만은 크다. 최모씨는 “90년대 초반 미국에 왔을 때만해도 10~15% 선에 형성됐던 팁이 2000년대 들어 15~18%로 슬그머니 올라가더니 팬데믹 이후에는 대놓고 최소 18%에서 많게는 30%까지 팁을 요구하는 식당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 값도 올라가고 카운티 세일즈 택스도 10%를 넘어선 상황에서 세후 기준으로 팁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팁과 관련된 어색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팁을 정확하게 계산해 주는 앱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는 한인들도 늘고 있다. 조모씨는 “항상 영수증에 적혀 있는 팁 권고액수가 아닌 팁 계산 앱을 사용하고 있다”며 “요즘 가뜩이나 음식값도 많이 올랐는데 팁까지 과도한 부담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