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FEDNOW’출시 24시간 자금 이체 시스템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금융 업계의 시장 판도를 바꿀 ‘페드나우’(FEDNOW)를 출시했다. 24시간 신속 자금 이체 시스템으로 한인은행 같은 중소형 금융기관들의 송금 서비스 효율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은행 간 자금 유출입이 쉬워져 뱅크런 리스크가 커지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연준은 20일 페드나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페드나우는 금융 업계에 새로 도입되는 실시간총액결제(RTGS) 시스템으로 신속 자금 이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은행들은 자동청산소(ACH) 방식으로 송금을 해왔는데 이는 발신 은행이 거래 데이터를 청산센터로 보내고 이를 다시 수취 은행으로 보내는 과정을 거쳐야했다. 이 때문에 은행이 문을 닫는 저녁이나 주말에는 즉시 송금이 불가능했는데 RTGS 시스템으로 바뀌면 이와 같은 불편이 해결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페드나우는 일상적인 은행 결제 시스템을 더 빠르고 편리하게 바꿀 것”이라고 자평했다.
페드나우는 일반 고객들이 아니라 은행들을 대상으로 도입하는 시스템이다. 이날 시작되는 초기 단계인 만큼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US뱅콥 등 35개 은행들의 참여로 시작되는데 고객들이 해당 금융기관에 갖고 있는 계좌를 통해 페드나우를 사용해 돈을 이체할 수 있다. 연준은 향후 페드나우를 도입하는 은행 숫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비스 초기 단계인 현재 고객들이 페드나우를 통해 이체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50만달러다.
한인은행 입장에서도 페드나우 시스템 참여는 매력적일 수 있다. 현재 한인은행들은 젤과 같이 민간에서 운영되는 송금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는 금융기관 입장에서 별도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사안이다. 중소형 은행 입장에서는 거액을 들여 자체 전산망을 만들기가 힘들기 때문에 외주를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연준이 보증하는 페드나우는 프로그램 안전성은 물론 시스템 수수료도 더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와 관련해 전미독립지역은행가협회(ICBA)는 “연준의 페드나우 출시를 환영한다”며 “우리는 가격면에서 더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페드나우가 불러올 역풍도 우려된다. 24시간 실시간 자금 이체가 가능해지면 은행 입장에서 유동성 위기가 커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을 때 금융업계에서는 정보통신(IT) 기술의 발달로 모바일 뱅킹을 통한 빠른 자금 인출 요구가 단기간의 급속한 뱅크론을 불러왔고 은행을 파산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페드나우는 이보다 더 발전된 시스템인 만큼 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노출됐을 때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연준은 “신속자금이체가 즉각적인 유동성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는다”며 “페드나우를 도입한 은행들이 거래 규모 제한, 기간별 이체량 조절, 특정 고객에 대한 액세스 제한 등으로 시스템을 유연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