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행복한 아침] 느린 것이 아름답다

지역뉴스 | | 2023-06-30 08:13:42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김정자(시인·수필가)  

 

봄 끝물 무렵에 봄이 떠나는 것이 아쉬워 문안 삼아 했던 품앗이로 친구 전화가 울렸다.

올 여름이 유난스레 더울 것이라는 기상 예보부터 불평이 시작된다. 해마다의 여름이 그리 시원한 적은 없었는데. 늘 바빠 죽겠다는 푸념을 달고 산다. 뭐가 그리 바쁠까. 친구 일상이 갑자기 궁금해진다. 손자 손녀도 대학생으로, 직장인으로 할머니 손길이 아쉬운 편도 아니요, 자제분 비지니스도 도움 손길이 필요한 터도 아니고, 전화 서두에 그 간 별일 없다 했는데. 무언가 해야할 일이 바쁠 정도로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하지만 바쁜 일로 하여 더위를 잊을 만큼 보람 있는 일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 무료한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주함 속으로 떠밀어 넣는 불상사는 아니었으면 싶은데 친구의 분주함이 만족과 행복감을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성취의 보람으로 이어지길 바램해본다.

일상에서 ‘바쁘다’ 는 말이 자주 사용되는 단어로 등극하고 있다. 일이 많아 바쁜지, 마음이 바쁜지, 바쁘다는 말이 입에서 떠나지 않는다. 딱히 바쁜 스케줄이 있는 것도 아닌데 특별히 추근대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 해서 마냥 한가하거나 마음의 느긋한 여유로움이 자리잡고 있다고 자부할 수도 없는 발생 미상의 바쁜 일상을 보내고들 있다.

초고속으로 발전된 문명의 편리함보다 일에 얽매이면서 불편을 초래하는 일들이 쌓여간다. 편리 추구를 위한 자동차 구입이 유용함이나 경제적 실용성 효과보다 부작용이 일상을 짜증스럽게 만들고, 고속열차, 제트 여객기, 우주 여행도 속도 문명을 부채질하면서 문명은 발 빠르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문명의 혜택도 일상을 지치게 만들기도 하는 터라 문명의 혜택도 별로인 것처럼 작용되기도 한다. 최소한 내 유년 시절의 한아한 서정이 감돌았던 일상이 그리워지는 것은 문명의 혜택조차 요란한 아우성으로 돌변하기도 하는 세상이다. 

복잡다난한 삶을 수용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좀 더 단순화 된 삶이 절실하다. 매사 까다롭지 않아서 너그러운 후덕함을 지닌 마음 씀씀이와 행동이며 태도가 아쉬워진다. 갈수록 서로를 포용하는 느린 삶의 태도가 절실해진다.

영국 저널리스트 칼 어너리 는 “느린 것이 아름답다”는 책을 출간했다. 저자는 슬로 라이프를 ‘달콤한 인생’ 이라고 풀이했다. 영국,프랑스, 미국 등을 순회하며 슬로 시티, 슬로 스쿨, 슬로 잡, 슬로 음악 등을 취재하며 르포와 인터뷰, 자신의 체험기를 적절히 배합해 전세계 슬로 운동 현장 보고서를 만들었다. ‘느린 것이 아름답다’가 문명사회에 도전하는 과격한 선전포고가 아닌 현대인의 삶을 느린 방향으로 바꾸어 보자는 참신한 슬로건이라는 점이다. 속도감이 생활화된 현대인들이 느림을 쉽게 수용할 것이란 기대치는 쉽지 않다. 속도는 생산적 면에서 강력한 힘이 있어 산업발전을 가져왔지만 모든 것에는 걸맞는 속도가 있기 마련이다. 

빠름 추구를 방치하다 보면 세상 균형도 무너질 위험을 안게 된다. 빠름이 요구되지만 때로는 필요에 의한 느림을 선택할 줄 아는 균일성이 요구된다. 분별 없는 빠름은 지양되어야 한다. 변증법상 빠름을 마냥 추구하며 제어하지 못한다면 모순된 여러 요소와 대립하게 될 양상이 되면 지혜로운 중재가 필요하다. 복잡다양한 소용돌이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야 할까. 천천히 걷고 천천히 생각하다 보면 확연히 삶으로 유연하게 인도 받을 것이다.

Slow City 느리게 살기 운동은 1986년 이탈리아에서 패스트푸드에 대한 반발로 시작됐다. 1989년 프랑스 파리에서 슬로푸드 선언문을 채택했고 그후 1999년 10월 이탈리아의 소도시 그레베 인 키안티에서 느리게 살기 운동인 슬로시티 운동이 시작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일을 하면서 농장에서 올리브와 포도를 키우고 가정에서 엄마와 딸은 손수건과 식탁보를 손수 만든다. 아버지와 아들은 양을 키워 치즈를 만들고 마을 숲에서 나온 나무로 가구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생산된 물건들은 일반 소비자 물가보다 비싸지만 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인기가 많다.

 이 마을에는 공장도 없고, 대형 마트, 패스트푸드 점도 없고 가정이나 음식점에는 냉장고도 없다. 직접 농사한 신선한 채소, 농장에서 손수 기른 가축의 고기로 옛 방식을 고수하며 음식을 만든다. 전통과 자연을 보호하면서 마을 개발을 위해 오래된 건물을 고쳐서 쓰느라 현대식 건물도 없다. 마을 대부분이 아버지와 할아버지 때부터 살던 집에서 거주한다. 관광객이 많아지자 오래된 성을 고쳐서 호텔로 만들었고 마을에 정착하지 않을 사람에게는 땅도 집도 거래하지 않는다. 느리게 살기 마을이 세계로부터 관심 받고 있는 것은 전통의 소중함과 건강한 삶을 통한 생활 여유를 느끼며 더 많은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모습이 현대인들의 동경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바쁜 삶의 속도를 잠시 줄이고 천천히 삶을 둘러보면 느림이라는 말이 그냥 빠름의 반대가 아니라는 것이 절실해질 것이다. 느리게 살아보자는 것은 문명에 길들여지기 시작했던 그 무렵의 옛날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느리게 사는 삶음 미래를 향하고 있으면서 과거 현재를 잊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전통적인 옛 삶의 부분들과 문명의 최 정점에 이른 현재를 조화롭게 다스려 보자는 것이다. 느린 것이 아름답다. 느림에 대한 갈망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본능적 아우성이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깊은 호흡과 심오한 사려가 필요하다는 합성이다. 가쁜 숨을 천천히 호흡해보고 싶은 열망이다. 노년의 느릿한 걸음새도 ‘느린 것이 아름답다’는 틀 안에서 바라볼 순 없을까. 창망한 푸른 하늘을 향해 노심을 드러내 본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켐프 주지사, 아시안 커뮤니티에 음력설 선포문
켐프 주지사, 아시안 커뮤니티에 음력설 선포문

홍수정 의원 결의문 발의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15일 주청사 주지사 사무실에서 아시안커뮤니티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29일로 다가온 음력설(Lunar New Year

극우 세력의 놀이터로 변질된 한인회관
극우 세력의 놀이터로 변질된 한인회관

한인회칙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극우인사 정치 집회 장소로 전락  동포들의 정성어린 성금으로 건립된 애틀랜타 한인회관이 극우 인사들의 단골 집회장소로 변질되면서 한인사회의 우려가

애틀랜타, 강간범죄 증가...살인범죄는 감소
애틀랜타, 강간범죄 증가...살인범죄는 감소

대부분 다툼 커져 살인으로 이어져취업 프로젝트, 범죄율 감소에 한몫 애틀랜타내 살인범죄율이 2023년 대비 2024년 감소했다. 다린 쉬어바움 애틀랜타 경찰청장에 따르면, 강간범죄

유니온시티, 급성장 도시 전국 네번째
유니온시티, 급성장 도시 전국 네번째

고뱅킹레이트…인구 8년간 30% ↑5년간 신규일자리 1만4천여개  풀턴 카운티 유니온 시티가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교외도시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최근 금융전문 온라인 사

“틱톡, 19일부터 미국서 기존 이용자 서비스도 완전 중단”
“틱톡, 19일부터 미국서 기존 이용자 서비스도 완전 중단”

미국 내에서 '틱톡 금지법'이 발효되는 19일부터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미국 내 서비스를 완전히 중단할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15일 보도했다.소식통은 연방

애틀랜타 국립 축구훈련센터 공사 ’착착’
애틀랜타 국립 축구훈련센터 공사 ’착착’

올 봄 개장 목표 막바지 공사 관련 인원 160여명 ATL 이주 내년 북중미 축구 월드컵을 앞두고 올해 봄 개장을 목표로 애틀랜타에 건설 중인 아서 M 불랭크 국립 축구훈련센터 공

공공주택서 사고나면 누구 책임?
공공주택서 사고나면 누구 책임?

주택관리기관 면책 여부 논쟁1,2심은 손해배상 소송 기각 주대법,하급심 판결 깨고 심리  조지아 대법원이 공공주택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 해당 지역정부 주택관리기관에게 과실책임 면

트랜스젠더 차별 인정∙∙∙규제는 찬성
트랜스젠더 차별 인정∙∙∙규제는 찬성

▪AJC 조지아 유권자 여론조사 결과 트랜스젠더에 이중적 태도절반 “총격사건 피해” 우려 학교안전대책 “금속탐지기” 이번주 회기를 시작한 조지아 주의회의 주요 쟁점은 단연 트랜스젠

왈렉, 주 법무장관에 명예고문 임명장 수여
왈렉, 주 법무장관에 명예고문 임명장 수여

14일, 법무부 장관실에서 수여식 진행아시안 커뮤니티 안전 강화에 앞장서 왈렉(세계아시안사법기관자문위원회, 회장 민정기)이 지난 14일 조지아주 법무부 장관실에서 크리스 카 법무장

2025 조지아 헬스 파이어니어 장학 프로그램 접수
2025 조지아 헬스 파이어니어 장학 프로그램 접수

헬스케어 관련 전공 대학생 지원1인당 500불 장학금 후원 예정 핏인모션 물리치료 재활병원과 프리마 성형외과 센터 등 한인 병원과 사업체에서 후원하는 2025 조지아 헬스 파이어니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