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 증류주 소비 1995년 대비 60% 늘어…여성 음주 계속 늘고 팬데믹도 영향
최근 미국인들이 남북전쟁(1861∼1865년) 때만큼이나 많은 양의 술을 마시고 있으며, 특히 1990년대 중반과 비교하면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 소비량이 60%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코올남용중독연구소(NIAAA)는 최근 낸 '1인당 알코올 소비 추정' 보고서에서 미국인의 연간 알코올 소비량을 분석했다.
2021년 1인당 음용 알코올 소비량은 2.51갤런(약 9.5L)이었다. 이는 포도주와 맥주, 증류주를 모두 합친 것이지만, 물이나 다른 원료를 빼고 에탄올만 계산한 양이다.
전년인 2020년(2.44갤런)보다는 2.9%에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2019년(2.38갤런)보다는 5.5% 늘어 2년새 증가율로 따졌을 때 1969년 이후(1967년 대비 5.9%) 최대 폭을 기록했다.
26년 전인 1995년 2.15갤런(약 8.14L)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6.7% 많다.
특히 증류주의 경우 1995년 0.63갤런에서 2021년 1.01갤런으로 60.3% 소비가 늘었다. 포도주는 0.29갤런에서 0.44갤런으로 51.7% 늘었다.
같은 기간 맥주만 1.24갤런에서 1.06갤런으로 14.5% 줄었다.
미국의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1970∼1980년대 꾸준히 2.5갤런을 웃돌았다가 음주운전과 미성년 음주 근절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던 1990년대 중후반 저점까지 떨어졌으나 이후에는 다시 서서히 증가세를 보였다.
더 길게 보면 현재 미국인들의 음주량은 남북전쟁 시대로 회귀한 꼴이라고 더힐은 지적했다. 남북전쟁 직전인 1860년 알코올 소비량은 2.53갤런으로 추산된다.
미국에서 1990년대 후반 이후 음주량이 늘어난 원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여성 음주가 늘어난 점이 꼽힌다. 한때 남성과 여성의 음주 비율은 3대 1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차이가 크지 않다.
2000년대 '섹스 앤드 더 시티'와 같은 TV 드라마의 성공 속에 도시에서 칵테일이나 고급 바 문화가 확산했고, 고도수 주류업체들이 수십년간 TV 광고를 자제했던 분위기가 사라지면서 광고가 급증했다.
더 최근에는 팬데믹 기간에 변화가 감지됐다. 미국에서 팬데믹 봉쇄 기간 술 판매점은 다른 가게와 달리 문을 열 수 있는 필수사업장으로 지정됐고, 배달까지 가능해지면서 애주가들이 술을 즐기기에 알맞은 분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나마 1980년대 이후 음주문화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꼽히는 것은 미성년 음주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앤드리아 킹 시카고대 교수는 "청소년 음주는 1980년대 이후 지속해서 줄고 있다"며 "어른들의 폭음은 늘고 있지만, 학생들의 절주는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