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엘리트 학원
경동나비

[전문가 에세이] 용기있는 환자

지역뉴스 | | 2023-06-09 11:29:33

전문가 에세이, 천양곡 정신과 전문의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천양곡 (정신과 전문의)

사물을 겁내지 않는 씩씩하고 굳센 기운이 용기라고 사전에 적혀있다. 겁내지 않는다고 다 용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두려움을 알면서도 이에 맞설 수 있는 힘, 실패했어도 무언가를 해보았다는 성취감을 가질 수 있는 힘 또한 진정한 용기다. 이게 오만과 다른 점이다.

세상에 알려진 용기있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다.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은 더 많다. 타인의 손에 이끌리지 않고 스스로 정신과의사의 진찰실을 찾는 환자도 용기있는 사람 중의 하나다. 용기있는 사람들은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자기주장만 고집하지 않는 유연하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주위 상황의 변화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계획을 잘 세운다. 정직하고 인내심 많고 협동정신도 강하다. 의사에게 고쳐달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상호신뢰를 쌓은 후 함께 치료과정에 동참한다. 그래서 용기는 치료의 시작은 물론 치료 효과를 포함한 전 과정에 도움을 준다.  

“죽을병도 아닌데 왜 지금 정신과 의사를 만나야 해.” 불만에 가득 찬 약혼녀의 볼멘소리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 한 달 앞둔 바쁘고 중요한 시기에 갑자기 정신과의사를 만나보겠다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결혼이 두렵고 불안하고 겁이 났다. 주거지 마련, 미지의 결혼생활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를 괴롭혔다. 가끔 파혼할까도 생각해보았으나 그럴 수도 없었다. 직장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실수도 자주 저질렀다. 기분이 우울해 사람 만나기도, 말하기도 싫었다. 어느 날 면도를 하다 거울에 비친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이 심히 초라해 보였다. 모든 걸 포기해버릴까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자 의사한테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근심, 걱정, 불안을 안고 사는 게 우리네 삶이다. 걱정, 불안은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되는 보편적 감정이나, 진실하고 의미있는 삶의 추구는 흔히 불안, 고통을 동반한다. 불안은 이렇게 양날의 칼과 같다. 우리는 내가 누구라는 자신의 영상(Self image and identity)에 대해 대충은 알고 있지만 삶의 여정 중 큰 장벽에 부딪치면 자신의 영상이 흐트러져 두렵고 불안해진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황을 외면하거나 피하거나 무시해버린다. 

무슨 이유든 스트레스가 생기면 우리의 몸은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대응을 한다. 생물학적으로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으로 이어지는 생리 축에 의해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콜티졸과 노올에피네프린이 분비된다. 심리적으로는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 마음을 진정시킨다. 사회적 대응은 지치고 무기력함을 이겨내기 위해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도록 만든다. 이 3가지는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서로 협력한다. 즉 우리 몸의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반응은 치유의 한 스펙트럼 상에 놓여있는 셈이다.

최근의 정신과 치료경향은 환자들에게 약물치료를 권장한다. 약이 최대한의 효과를 내려면 소통과 상담에 중점을 둔 심리치료가 병행돼야하며, 운동 취미활동 같은 긍정적 생활습관으로 이어져야 된다. 정신과 치료는 괴로움을 안겨주는 정서적 증상을 줄여줄 뿐 아니라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고 누군가가 지지해주고 있다는 정신적 안녕감과 행복감을 높여준다. 또 어렸을 때 경험한 주요 대상과의 관계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마음의 힘을 길러주어야 된다.

앞에 언급한 환자는 몸과 마음의 편안함을 상실한 듯싶다.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극복 방안을 찾아주는 게 중요하다. 불안과 두려움의 원인이 경제 사정과 대상관계 갈등인 듯싶으니 그 해결에 초점을 맞춘다. 먼저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진정제와 항우울제를 처방하고, 정신치료는 환자의 사고, 감정, 행동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인지행동치료와 정신역동치료가 좋다. 

용기 있는 사람은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적다. 일단 걸렸어도 정신과의사 만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환자가 직장일도 열심히 하고, 정해진 날에 결혼할 마음의 준비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문가 에세이] 용기있는 환자
천양곡 정신과 전문의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추수감사절 여행지로 애틀랜타 상위권 차지
추수감사절 여행지로 애틀랜타 상위권 차지

경제성·안전성·날씨 등 고려돼1위는 샌디에이고가 차지해 애틀랜타가 추수감사절을 보내기 좋은 곳 2위로 선정됐다. 미국 전역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통해 랭킹을 보고하는 월렛허브가 추

조지아 아트 협회, '2024 가을 전시회' 개최
조지아 아트 협회, '2024 가을 전시회' 개최

한인 여류화가들 전시회 펼쳐30일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 조지아 아트 협회 주관하고 귀넷 카운티와 조지 피어스 파크가 후원하는 한인 여류화가들이  '2024 가을 전시회'를 열었다.

조지아 등 남부  '위험’, 북동부는 ‘안전’
조지아 등 남부 '위험’, 북동부는 ‘안전’

▪월렛허브 주별 안전도 조사 버몬트 1위 ∙∙∙ 조지아 42위 조지아를 포함 대부분의 남부주들이 타 지역과 비교해 안전하지 못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온라인 재정전문 사이트인 월

〈한인타운 동정〉 스와니 엘리트 학원 미국 명문 대학 입시 세미나
〈한인타운 동정〉 스와니 엘리트 학원 미국 명문 대학 입시 세미나

스와니 엘리트 학원 미국 명문 대학 입시 세미나스와니 엘리트 학원에서 미국 명문 대학 입시 전략 무료 세미나를 12월 7일 오전 10시, 1291 Old Peachtree Rd.

[자녀의 성공적인 대학 진학을 위한 한인 학부모 가이드] Kennesaw State University 입학 준비 가이드
[자녀의 성공적인 대학 진학을 위한 한인 학부모 가이드] Kennesaw State University 입학 준비 가이드

안녕하세요? 오늘은 급부상하고 있는 Kennesaw State University(KSU)의 입학 준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서론: KSU의 현재와 미래KSU는 196

한인 유학생 3년만에 다시 감소세
한인 유학생 3년만에 다시 감소세

한국 학생 4만3천명 선반짝 증가후 다시 감소전체 유학생은 역대 최다 인도가 중국 추월해 1위   미국 내 한국 출신 유학생수가 3년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불법이민자 추방에 군대 동원한다
트럼프, 불법이민자 추방에 군대 동원한다

‘국가비상사태’ 선언 밝혀내년 1월20일 이후 현실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추방 작전에 군이 동원될 전망이다. 텍사스 지역 국경에서 주 방위군이 월경 이민자들을

대선 이후 주식·코인 급등…‘거품’ 위험 경고
대선 이후 주식·코인 급등…‘거품’ 위험 경고

주식펀드에 2008년 이후두 번째 많은 자금 유입   대선 이후 주식과 가상화폐가 너무 올라‘거품’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시장과 가상화폐 등에 몰

‘Z세대·싱글·고령’ 교인 사역에 집중해야
‘Z세대·싱글·고령’ 교인 사역에 집중해야

‘한국 교회 트렌드 2025’(하)디지털 매체로 신앙 생활 Z세대싱글만의 고민 들어줄 공동체고령 교인들 친화 소그룹 활동 한국은 물론 미국 기독교계에서도 성인 자녀 세대의 교회 이

첫 덴마크 출신 ‘미스 유니버스’
첫 덴마크 출신 ‘미스 유니버스’

올해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첫 덴마크 출신 우승자가 나왔다. 전 세계에서 120여 명의 미녀들이 출전한 가운데 지난 16일 멕시코시티에서 막을 내린 올해 제73회 미스 유니버스의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