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팀, 듀폰·3M 내부 문서 분석
다양한 산업에 널리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불리는 발암성 오염물질 ‘과불화화합물’(PFAS)을 생산하는 듀폰·3M 등 미국 업체들이 그 위험성을 알고도 오랫동안 은폐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트레이시 우드러프 교수팀은 2일 과학저널 ‘세계 보건 연보’(Annals of Global Health)에서 PFAS 최대 제조업체인 듀폰과 3M의 내부 문서 분석 결과 이들이 PFAS의 위험성을 공개하기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감추고 당국의 규제를 지연시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PFAS는 탄소와 불소가 결합한 유기 화합물로,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을 막는 특성을 가져 의류, 생활용품, 식료품에서 화학, 자동차·반도체 산업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된다. 쉽게 분해되지 않아 잔류성과 축적성이 강하고 인체 내와 환경 등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되고 있으며 유해성 증거도 늘고 있다.
연구팀이 분석한 업체 문서들은 로버트 빌롯 변호사가 PFAS 오염으로 듀폰을 최초로 고소한 사건 소송에서 처음 드러났다. 빌롯 변호사는 1961년부터 2006년에 걸친 관련 문서를 다큐멘터리 ‘우리가 아는 악마’(The Devil We Know) 제작진에게 넘겼고 이들은 이 문서를 UCSF 화학산업 문서 도서관에 기증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산업계는 PFAS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연구 결과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최소 21년간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는 PFAS가 처음 사용된 후 50년 동안이나 PFAS 독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알려진 게 거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들 문서에 따르면 듀폰은 내부 동물 연구 등을 통해 PFAS 독성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지만, 이를 과학 문헌에 발표하지 않았고, 독성물질 규제법(TSCA) 규정대로 환경보호청(EPA)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연구팀은 “이들 문서는 모두 ‘기밀’로 표시돼 있었고, 어떤 경우에는 업체 경영진이 ‘이 메모를 파기하기를 원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1961년 초 작성된 업체 보고서에 따르면 듀폰의 내열성 합성수지로 PFAS의 하나인 테플론(C8·PFOA) 독성 책임자는 ‘쥐의 간이 적은 양의 테플론에도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화학물질을 ‘극히 주의해서’ 취급할 것과 ‘피부와의 접촉을 엄격히 피할 것’을 권고했다.
1970년 업체 내부 메모에는 듀폰의 지원을 받은 하스켈 연구소가 ‘C8’을 ‘흡입할 경우 독성이 매우 강하고 섭취할 경우에도 중간 정도 독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듀폰과 3M은 1980년 C8 생산에 근무했던 임신한 직원 8명 중 2명이 선천성 기형아를 출산한 사실을 알았으나 이를 공개하거나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이듬해 작성한 내부 메모에서는 ‘선천성 기형이 듀폰의 C8에 의해 발생했다는 증거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듀폰은 이밖에 1980년 직원들에게 ‘C8은 테이블 소금처럼 독성이 낮다’고 안심시켰고, 1998년과 2002년 소송으로 PFAS 오염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자 EPA에 ‘테플론 상표로 판매되는 소비자 제품은 안전하다’는 내용을 발표해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