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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락 변호사의 법률칼럼] 금주의 시대

지역뉴스 | | 2023-05-02 13:02:36

법률칼럼,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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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락(변호사)

 

미국 역사에 ‘금주의 시대’(Prohibition era)란 게 있었다. 음주를 금지한 수정헌법 제18조가 제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수정헌법 제21조로 음주를 허용할 때까지의 기간을 일컫는 것으로, 이 금주법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폐기된 헌법 조항이다.

이 헌법 조항의 뿌리는 미국에서 절제운동이 확산되던 19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촌지역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이 중심이 된 절제운동 옹호자들은 술이 빈곤과 가정파탄, 범죄 등 도덕적 타락을 초래하는 모든 사회악의 원천이기 때문에 음주를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이 점차 탄력을 받을 즈음 미국의 제1차 세계대전 참전에 따른 군수식량지원으로 술의 원료인 곡물이 부족해졌다. 여기에다 유럽에서 물밀듯 들어오는 이민자들의 비생산적 음주 관행에 거부감을 느낀 중산층이 늘어나고, 남성 중심의 술집 문화에 반감을 가진 여성단체와 1차대전의 적대국 독일인들이 주도하던 미국내 맥주산업을 고사시키기 위한 산업 자본가들까지 합세하면서 허점투성이 금주법이 태어난다.

1919년에 통과된 금주법은 “본 조항 비준 후 1년 뒤부터는 음용 목적을 위해 미국 및 그 관할 모든 지역에서 주류의 제조, 판매 또는 운송, 수출입이 금지된다”라는 짤막한 문장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러나 명색이 금주법이라고 하면서 처벌 조항은커녕 ‘주류’에 대한 정의조차 정해놓지 않아 음주단속을 할 수 없게 되자 연방의회는 하원 법사위원장의 이름이 붙은 ‘볼스테드법’(Volstead Act)을 통과시키게 된다. 볼스테드법은 알코올 도수 5%가 넘는 모든 음료를 ‘주류’로 정의하고, 위스키 같은 독주는 물론 와인과 맥주까지 여기에 포함시켰다. 

금주령에도 불구하고 술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아 문샤인(moonshine)이라고 알려진 가정용 밀주가 성행했으며, 위장 간판을 달고 불법으로 운영되는 비밀 술집(speakeasy)이 인기를 끌었다. 많은 사람들이 법을 어겨 가며 술을 찾다보니 밀주업자와 불법 유통업자가 전국적으로 활개치는 가운데 악명 높은 시카고의 알 카포네와 같은 마피아 조직이 나타나 알코올 밀매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 되는 것도 이때부터다.

우스꽝스러운 사실은 집에서 포도주스를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포도를 농축하여 벽돌 형태로 만든 ‘바인 글로‘(Vine-Glo)라는 제품이 있었는데 포장 상자에는 “어떠한 종류의 효모나 이스트를 넣지 마세요. 술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적힌 ‘경고문’이 붙어있었다고 한다. 즉 술 만드는 방법을 공공연하게 가르쳐줄 정도로 법의 허점이 많았던 것. 심지어 전미의사협회는 “의사의 처방을 받으면 일정 분량의 위스키를 구입할 수 있다”는 조항을 내세워 의사가 더 많은 위스키를 처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의회에 로비하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이처럼 금주법은 상류층을 비롯 일반 서민들조차 법을 대놓고 무시했기 때문에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했다. 한 예로, 뉴욕의 경우 금주법을 어겨 체포된 약 4,000명 중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6명에 그쳤고 그나마 아무도 실형을 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금주법의 약발이 다됐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1929년 경제대공황을 겪으면서 확산되었고, 금주법 시행으로 줄어든 세수도 연방정부를 압박했다. 금주법 폐지를 선거공약으로 내건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결국 1933년 12월5일 수정헌법 제21조로, 14년간 지속된 금주의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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