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 주방위군 전격 체포 “국방기밀 반출·전파 혐의”
미국과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우크라이나ㆍ러시아 전쟁 관련 기밀 문건 유출 용의자가 13일 체포됐다. 미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공군 소속 21세 남성 잭 테세이라가 국방부 문건을 온라인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 유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메릭 갈런드 연방 법무장관은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에서 “오늘 법무부는 국방 기밀 정보를 허가 없이 반출, 소지, 전파한 혐의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잭 테세이라를 체포했다”라고 발표했다. 연방수사국(FBI)이 이날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튼의 한 주택에서 테세이라를 체포하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중계됐다. FBI 요원들은 총기 등으로 무장하고 장갑차까지 동원해 테세이라를 체포했다.
갈런드 장관은 “FBI 요원들이 오늘 오후 아무 사고 없이 테세이라의 신병을 확보했으며 그는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테세이라가 메사추세츠주 케이프 코드 기지에서 기술 지원 직원으로 일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지에 본부가 있는 102 정보비행단 페이스북 홈페이지에는 테세이라가 일병으로 승진한다는 내용도 나와 있었다.
앞서 WP는 12일 기밀 문건 첫 유포지인 디스코드의 비밀 대화방 소속 회원 두 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유출자의 구체적 사항을 보도했다. ‘서그 셰이커 센트럴’이라는 이름의 채팅방에서 닉네임 ‘OG’로 활동했던 인물로, “20대 초중반이며, 미국 군사 기지에서 일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한다.
그는 이 채팅방에서 멤버들에게 미국이 수집한 한국, 이스라엘, 프랑스, 영국 등 동맹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정보가 담긴 기밀 문건을 공개했다. 이어 채팅방의 한 회원이 2월 28일 기밀 문건 수십 쪽을 다른 디스코드 서버에 게시했고 지난달 4일 또 다른 디스코드 서버에도 추가 업로드됐다. 그리고 다음 날, 텔레그램과 4Chan, 트위터 등에도 퍼진 뒤 지난 6일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처음 일반에 알려졌다.
국방부는 법무부와 함께 유출자 조사에 나섰고 파장이 확산된 지 일주일 만에 FBI가 테세이라를 체포했다. FBI를 비롯한 미 사법당국은 테세이라를 대상으로 기밀 문건 유출 목적과 경위, 단독 범행 여부, 유출된 문건과 온라인에 떠돌고 있는 문서의 조작 여부 등을 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테세이라가 특정 국가의 스파이라기보다는, 소규모 그룹에서 고급 정보 취득 사실을 뽐내고 싶어 했던 ‘평범한 미국인’으로 추정된다.
한편 세계 각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미정부의 1급 기밀 유출 사건이 미군 계급상 두 번째로 낮은 어느 ‘일병’의 손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의 비밀취급 시스템에 강한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특히 수년전 비슷한 문제를 겪고도 또 다시 ‘사병의 최고 기밀 유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범위와 방식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