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에 10억개 팔린 마시멜로에 암 연관 ‘에리트로신’ 함유 충격
미국 제과회사 저스트 본이 만드는 마시멜로 과자 ‘핍스(Peeps)’. 1953년 처음 제조되기 시작해 70년 동안 사랑받아 온 이 제품은 병아리와 토끼 같은 동물 모양 사탕에 노란색과 분홍색 등 각종 색깔을 입힌 게 특징이다. 특히 부활절(4월 9일)에만 10억 개 가까운 제품이 팔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미 AP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과자 핍스가 함유물 논란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 비영리 소비자단체 ‘컨슈머 리포트’가 색소 문제를 제기했고,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는 화학물질 식품 함유 금지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8일(현지시간) 미 CNN방송과 AP 등에 따르면 핍스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3번 붉은 색소’로 포장지에 표기되는 화학물질 ‘에리트로신’이다. 에리트로신은 핍스는 물론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탕인 스키틀즈나 핫 타말레에도 들어가 있다. AP는 “두 화학물질 모두 암과 관련이 있다”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1907년부터 식품에 에리트로신 같은 색소를 넣는 것을 허용해 왔다. 그로부터 수십 년 후 연구원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양의 에리트로신에 노출된 쥐들이 갑상선암에 걸렸다는 점을 발견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이 연구를 근거로 1990년부터 화장품에 에리트로신 함유를 금지해 왔다. 캘리포니아 환경보호국은 2021년 에리트로신이 일부 어린이들의 과잉 행동과 다른 행동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서도 공개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식품 함유는 계속 허용됐다. 소비자 안전 단체들이 이 화학물질의 식품 함유 금지를 요구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유럽에서는 식품에 에리트로신을 넣는 것을 금지시켰지만 미국은 여전히 허용 중이라고 AP는 전했다. CNN은 거의 3,000개의 식품이 3번 붉은 색소를 함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함유물 이산화티타늄도 논란이다. 빛을 산란시켜 제품의 색깔이 더 밝아 보이게 할 수 있는 하얀색 가루인 이산화티타늄은 지난 100년 동안 페인트, 고무, 종이, 치약, 비누, 식용색소 등의 제품에 사용돼 왔다. 국제암연구기관이 인간의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이산화티타늄을 꼽았지만 이산화티타늄 제조업자 협회는 “이산화티타늄이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다”라고 주장했다고 AP는 전했다.
저스트 본은 CNN에 보낸 성명에서 “3번 색소는 현재 (FDA에서) 사탕에 사용하도록 승인된 착색제”라며 “우리는 모든 사탕을 FDA 규정에 따라 제조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미제과협회도 CNN에 “초콜릿과 사탕은 수세기 동안 그래왔듯이 먹어도 안전하다”며 “식품 안전은 미국 제과회사들에는 최우선 순위이고 FDA의 가장 엄격한 안전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어떤 성분도 제품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컨슈머 리포트의 마이클 한센은 “저스트 본의 과자는 (에리트로신보다) 덜 위험한 다른 대안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위험한 화학물질로 상징적인 마시멜로 간식을 만드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CNN에 밝혔다.
<정상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