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8군서 가수 생활 시작…남편 이봉조 작곡가와 히트곡 다수 배출
2007년 데뷔 50주년 기자회견서…"목소리 안 나오면 은퇴할 것"
가수 현미(본명 김명선)가 4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5세.
경찰과 가요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7분께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 김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팬클럽 회장 김모(73)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현미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현미는 1938년 평양에서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고향인 평양에서 거주하다 1·4 후퇴 때 남한으로 내려와 피난 생활을 했다. 이 과정에서 어린 두 동생과 헤어졌다가 48년 만인 1998년에서야 동생 가운데 한 명과 중국에서 상봉했다.
현미는 이 같은 아픈 경험을 계기로 2020년에는 이산가족 고향체험 VR(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 바 있다.
그는 우리 나이로 스무살 때인 1957년 그 당시 음악인들이 으레 그랬던 것처럼 미8군 무대를 통해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칼춤 무용수로 무대에 올랐지만, 일정을 펑크낸 어느 여가수의 대타로 마이크를 잡으면서 가수가 됐다.
현미는 이때부터 그를 눈여겨본 작곡가 고(故) 이봉조와 3년간 연애한 뒤 결혼했다. 다만 이들은 법적 부부 사이는 아니었다.
현미는 1962년 발표한 데뷔 음반에 수록된 '밤안개'로 큰 인기를 누렸고 남편 이봉조와 콤비를 이뤄 '보고 싶은 얼굴' '떠날 때는 말 없이' '몽땅 내 사랑' '무작정 좋았어요' 등 연이어 히트곡을 발표했다.
그의 대표곡 '밤안개'는 전설적 재즈 가수 냇 킹 콜의 노래 '잇츠 어 론섬 올드 타운'(It's A Lonesome Old Town)을 이봉조가 번안한 것이다. 현미와 이봉조는 라디오에서 원곡을 듣고 감명받아 우리말 가사를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07년 데뷔 50주년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80년이든 90년이든 이가 확 빠질 때까지 노래할 것"이라며 "은퇴는 목소리가 안 나오게 되면 할 것이다. 멋지고 떳떳하게 사라지는 게 참모습"이라고 음악 활동에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현미는 이봉조와 사이에서 아들 둘(이영곤·영준)을 뒀다. 장남 이영곤은 과거 가수 활동을 하기도 했다. 1980년대 '사랑은 유리 같은 것'으로 유명한 가수 원준희가 현미의 둘째 며느리다. 현미는 가수 노사연과 배우 한상진의 이모이기도 하다.
빈소는 서울 중앙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