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첫 기소 파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0일 미 역사상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면서 향후 어떤 절차를 밟을지 주목된다. 전례가 없는 일인 만큼 통상적인 피고인들이 거쳐야 하는 모든 기소 절차를 그대로 따를지는 불분명하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엄중한 경호 대상인만큼 백악관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검찰, 법원과 협의해 삼엄한 경비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왜 기소됐나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한 전직 포르노 배우가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과거 성관계를 폭로하려 한 것이다. 전직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는 지난 2006년 7월 네바다주의 한 골프장에서 트럼프와 만나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해왔다.
본명이 ‘스테파니 클리퍼드’인 대니얼스가 언론 매체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은 대선 직전 대니얼스와 만나 침묵을 지켜달라며 13만 달러를 대가로 지불했다.
당초 코언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준 합의금이라며 트럼프 측과의 관련성을 부인했으나, 나중에 ‘트럼프의 명령에 따라 지급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사를 통해 코언에게 13만 달러를 변제하면서 이를 ‘법률 자문 비용’으로 기재했다.
기업 문서 위조는 뉴욕주 법률을 위반한 것이지만, 그 자체로는 경범죄에 불과하다. 중범죄로 기소하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다른 범죄를 감추기 위해 기업 문서를 조작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맨해턴 지방검찰청은 이러한 행위의 선거법 위반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유권자들에게 과거 성 스캔들을 알리지 않기 위해 합의금을 주고 회사 문서를 위조함으로써 그 사실을 감춘 혐의는 중범죄로 기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
■체포영장 가능성은 낮아
자신에 대한 기소가 임박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21일 체포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배심 회의가 지연되면서 30일 기소가 결정됐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하듯 체포영장이 발부돼 강제로 구인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관련 소식통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트럼프 측 변호인도 그가 통상적인 사법 절차에 순응할 것이라고 밝혀 제 발로 검찰청과 법원에 출석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가 검찰과 법원 출석을 거부하지 않는 한 체포영장은 필요 없다. 변호인단은 검찰과 협의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석 날짜를 조율하게 된다.
기소 인정 여부를 묻는 법원의 심문 절차를 위한 피고인 출석 기한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통상 기소 후 하루나 이틀 내에 출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더 지연될 수도 있다.
■머그샷 찍지만 수갑은 미지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맨해턴지검에 자진해서 출석하더라도 그 즉시 공식적으로는 절차상 체포되는 것이라고 앞서 CNBC가 전했다.
검찰에서 그는 다른 피고인들과 마찬가지로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을 촬영하고 지문을 스캔하며 유전자를 채취당하는 것은 물론 법적 권리 등을 알리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중범죄로 기소되면 수갑을 차고 포토라인을 지나 법정으로 향하는 것이 관례인 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도 이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엄중한 경호를 받는 신분이라는 점에서 이 과정을 생략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