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폐쇄 일주일만…SVB증권·SVB캐피털은 제외, SVB도 대상 아냐
법원 승인하면 채무이행 중지·자산매각 통해 기업 회생 절차 착수
뱅크런(예금대량인출사태)을 막지 못해 붕괴하며 금융계에 큰 파장을 불러온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옛 모기업 SVB파이낸셜그룹이 결국 당국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SVB파이낸셜그룹은 17일 뉴욕 남부연방지법에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지난 10일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이 뱅크런으로 SVB의 유동성이 부족해지고 예금 지급 불능에 이르게 되자 SVB를 폐쇄한 지 일주일만이다.
이로써 SVB파이낸셜그룹은 2008년 워싱턴뮤추얼 이후 파산보호를 신청한 최대 규모의 금융기관이 됐다. 작년 말 기준 자산은 2천90억 달러(272조8천495억원)다.
SVB파이낸셜그룹이 파산보호를 신청했지만, SVB는 포함되지 않는다.
SVB는 지난 10일 폐쇄 직후 경영진이 물러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시스템의 일부가 돼 모기업이었던 SVB파이낸셜과의 관계는 정리됐다.
SVB는 은행 이름도 실리콘밸리브릿지 은행으로 변경됐다.
SVB파이낸셜의 현재 자회사인 SVB증권과 SVB캐피털은 파산보호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으며, 이 두 회사를 포함한 다른 자산에 대해서는 매각 등 전략적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그룹은 밝혔다.
SVB파이낸셜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과 증권, 캐피털, 프라이빗 등 4개 부문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파산보호 신청 대상은 지주사와 자회사 프라이빗이 중심이 된 것으로 보인다.
파산보호는 법원의 승인을 받아 기업의 채무이행을 일시 중지시키고 자산매각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하는 절차로,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다만 한국의 법정관리와 달리 미국의 파산보호 신청 기업은 해당 기업의 대표가 경영권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
옛 모기업인 SVB파이낸셜그룹은 파산보호를 신청해 남은 자산을 보호하고 채무 상환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SVB파이낸셜그룹은 현재 약 22억달러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VB파이낸셜그룹은 법원에 제출한 신청서에 각각 100억달러(약 13조1천억원)에 달하는 자산과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기재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는 약 23억 달러의 현금과 5억 달러의 증권, 4억7천500만 달러의 기타 자산과 함께 약 34억 달러의 장기 부채를 보유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SVB파이낸셜그룹은 지난 9일부터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주가는 106.04 달러(13만8천435원), 시가총액은 62억 달러(8조941억원)에 달한다.
SVB 사태 이후 일부 전문가와 언론에선 SVB파이낸셜이 파산보호를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찍부터 전망해왔다.
2008년 워싱턴뮤추얼도 자회사였던 워싱턴뮤추얼뱅크의 붕괴로 파산 보호를 신청한 바 있다. 워싱턴뮤추얼뱅크는 당국에 인수된 뒤 이후 JP모건 체이스에 매각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