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CPI 6% 상승, 지난해 9월 이후 최저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미국 물가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인플레 우려가 줄어든 만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난관에 빠진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향후 금리 인상에서 여유를 갖고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낮아진 CPI…주거비 숙제로 남아
노동부는 14일 2월 CPI가 전년 동월보다 6.0%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1월(6.4%)보다 오름폭을 줄인 것으로 지난 2021년 9월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전월 대비로는 0.4% 올랐는데 전년 대비와 함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와 일치했다. 항목을 살펴보면 식료품 물가가 전월보다 0.4%, 전년 동월보다 9.5% 올라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에너지 물가가 전월보다 0.6% 떨어져 전체 상승폭을 억제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2월 수치에서 전년 동월보다 5.5%, 전월보다 0.5%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로는 1월(5.6%)보다 상승 속도가 줄었지만 전월 대비로는 1월(0.4%)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해당 근원 CPI 수치는 모두 시장 전망치와 일치했다. 다만 근원 물가에서 렌트비를 포함한 주거 비용은 숙제로 남아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2월 주거비는 전월보다 0.8%, 전년 동월보다 8.1% 각각 급등해 근원 CPI 상승분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SVB 고민하던 연준에 기회 제공
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것은 연준에게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1월 CPI의 경우 예상치를 상회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는데 이번에 안정세를 찾으면서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7~8일 의회에 출석해 물가 지표가 계속 높게 나오면 21~22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기준 금리 0.5% 포인트 인상)을 할 수 있다고 인플레 경계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연준 입장에서는 SVB 파산 사태가 문제였다. SVB가 문을 닫게된 배경에는 지난해 연준의 과도한 금리 인상으로 장기채 금리가 상승(가격은 하락)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물가가 안 잡히는 것으로 나왔으면 연준 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 높은 수준의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했다. 이 경우 SVB 외 다른 은행에도 부담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연준이 금융 시스템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낮은 금리 인상 전망에 증시 환호
결과적으로 연준이 금리를 올려도 0.25% 포인트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이날 증시는 환호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보다 335.08포인트(1.05%) 오른 3만2,154.22를 기록했다. S&P 500 지수는 64.8포인트(1.68%) 상승한 3,920.56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도 239.31포인트(2.14%) 오른 11,428.15에 장을 마쳤다.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소식이 시장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날 CPI 발표 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연방기금금리(기준 금리) 선물은 연준이 3월 FOMC에서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할 확률을 73.8%로 반영했다. 심지어 동결할 가능성도 26.2%를 기록했다. 지난주 0.5% 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70% 가까이 나왔음을 고려하면 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