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인건비 절약‘편법’ 간부급 자격조건 준수해야
#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 오모씨는 오버타임 미지급에 식사 휴식 시간 미보장, 타임카드 미작성 등으로 10만달러에 가까운 배상금을 물게 됐다. 오씨는 “매니저로 임명하면 오버타임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지 알았다”며 “오버타임 수당을 줄이려다 더 큰 금전적 손해를 봤다”고 했다.
#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한인 여성 김모씨는 지난해부터 주당 평균 50시간을 일하고 있지만 오버타임 수당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업주가 김씨를 부매니저로 임명하면서부터다. 김씨는 “시간급 대신 월급제로 바뀌었지만 최저 임금 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고 동료 대신 일하는 시간이 늘었다”며 “권한은 없고 오버타임 수당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매니저 승진을 기대하며 참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을 매니저로 승진시키거나 매니저를 채용한다는 구인 광고를 내는 일이 한인을 포함한 업주들 사이에서 급증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기에 인력난까지 겹치자 오버타임 수당 등 인건비를 줄이려는 업주들의 꼼수다. 권한은 없고 ‘무늬만 매니저’를 양산하면서 오버타임 수당 없이 ‘열정 페이’를 요구하는 업주들의 관행에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매니저 직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매니저의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서 직원을 매니저로 승진시키면서 직원들에게 오버타임 수당 지급을 회피하는 일종의 임금 착취 현상이 업주들 사이에서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대와 텍사스대의 공동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8년 사이에 매니저 직급이 5배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상당수는 연방정부가 정한 매니저의 최저 연봉인 3만5,500달러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니저의 최저 연봉을 지급하는 대신 오버타임 수당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를 통해 업주들은 연 40억달러에 가까운 오버타임 수당을 경감한 반면에 권한 없이 무늬만 매니저인 직원들은 13%의 임금을 덜 받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업주들이 매니저 직급을 남발한 데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도화선이 됐다. 팬데믹으로 대거 인력들이 빠져 나가면서 업주들이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직원들을 매니저로 승진시키면서 2명의 몫을 1명에게 몰아주는 관행이 성행했다.
문제는 오버타임 지급이 면제되는 매니저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매니저로 분류되려면 ▲경영과 관련된 업무와 책임을 수행하고 ▲직원 채용과 해고의 권한이 있고 ▲업무 수행의 재량권을 갖고 ▲최소 연봉이 연 3만5,500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매니저의 최소 연봉은 최저 임금의 2배 이상을 받아야 한다. 가주 최저임금이 15.5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2배인 31달러에 해당되는 5만5,000달러 이상이 매니저의 연봉이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아무리 매니저 직급이라 하더라도 오버타임 수당을 비롯해 각종 직원 혜택을 받아야 한다.
김해원 노동법 변호사는 “오버타임 면제에는 복잡한 기준들이 적용되는데 많은 한인 업주들은 연봉만 많이 주면 된다고 착각들 하거나 매니저 호칭만 주면 된다고 착각해서 소송을 당해 수 만 달러의 배상에 직면하는 실수를 저지른다”고 지적했다.
이참에 연방정부의 매니저 연봉 하한선을 대폭 인상해야 허울 뿐인 매니저 직급 부여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매니저 연봉을 지급하는 것보다 오버타임 수당을 정상적으로 지급하는 게 금전적으로 유리하다는 인식을 업주들에게 심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