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의회 청문회 출석, 빅스텝·추가인상 가능 확인
미국의 기준금리 6% 전망이 확산되면서 고금리가 경제를 짓누를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경제는 성장하면서 인플레이션은 둔화될 것이라 봤던 이른바 ‘골디락스’ 시나리오에 대한 시장과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기대감이 지나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8일 제롬 파월 의장은 전날 연방 상원 청문회에 이어 열린 연방 하원 금융서비위원회 청문회에서 “3월 회의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면서도 “전체 경제 지표를 볼 때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는 점이 나타나면 우리는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미정이라는 발언을 추가해 표현 수위를 조절했을 뿐 전날과 같은 메시지를 내놨다. 필요하다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점과, 최종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는 10일 나오는 2월 고용보고서와 14일 예정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언급하며 “잠재적으로 중요한 몇가지 데이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3월 FOMC 예정일인 21~22일 이전에 나오는 주요 지표를 살펴보고 난 뒤 금리 인상폭과 정점 금리 전망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핵심은 고용보고서와 CPI다. EY-파르테논은 2월 고용보고서에서 일자리 증가량이 25만 개를 넘고 임금상승률이 0.4%를 넘어선다면 연준이 3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분석했다. 동시에 이 경우 최종금리 전망치가 5.6%로 오를 것으로 봤다. 현재 기준금리는 4.5~4.75%다. EY-파르테논은 연준의 금리 인상폭이 0.25%포인트에 그치려면 일자리 증가수가 15만개 미만이 그쳐야 할 것으로 산정했다.
이에 시장의 기준금리 전망치는 이날도 계속 상승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CME)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오는 9월 기준금리가 5.75% 이상일 확률은 이날 한 때 51.3%로 절반을 넘기기도 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 시장의 계산에 없던 범위인 6.25%~6.5%도 등장했다.
연준의 기준금리가 6%에 이를 경우 미국과 세계 경제의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배녹번글로벌포렉스의 디렉터인 마크 챈들러는 “만약 최종금리가 6%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널리 퍼진다면 2월 이후 이어지는 달러의 강세가 길어질 것”이라며 강달러가 재현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TS롬바드의 최고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블리츠는 “파월 의장이 경기 침체를 일으키기 전까지 긴축적 통화정책은 출구가 없고, 실업률이 치솟고 경제가 가라앉는 시점에야 연준이 인상을 멈추게 될 것”이라며 “올해 중반 기준금리가 5.5%일 때 침체가 올 수 있고, 행여 1월처럼 고용과 소비의 호조가 계속될 경우, 연준이 금리를 6.5%까지 올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블리츠 이코노미스트는 침체의 양상에 대해 “금융과 테크기업들의 해고와 부동산 시장의 좌충 우돌할 것”이라며 “동시에 미국 주식시장은 떨어지고 은행들이 대출 회수에 나서면서 자산·신용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 침체의 신호인 2년물-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이 재임하던 1981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폭이 -1%를 넘은데 이어 이날은 격차가 1.09%로 더 커졌다. 시타델의 창업자인 켄 그리핀은 “볼커 전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기 침체를 일으켰던 당시와 비슷한 흐름이 지금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오판이 고금리 시대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최고경제고문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연준이 만드는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연준의 정책 실패가 아니라면 미국 경제가 침체를 겪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연준의 정책을 혹평했다. 엘에리언 고문은 연준의 실책이 1월 금리 인상 속도를 전월 50bp에서 25p로 늦춘 데 있다고 지적했다.
<김흥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