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회, AB1356 법안 상정
해고 절차·보호조건 강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지난 몇 년 간 코로나19 팬데믹발 특수로 대규모 채용을 한 뒤 최근 직원을 줄이려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대량 해고 시 사전 통고 기간을 늘리고 임의 합의서 작성 강요를 금지하는 등 해고 절차 조건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해 빅테크 기업들의 대량 해고 사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8일 LA 타임스(LAT)는 트위터,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대규모 해고에 나서면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해고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이 가주 의회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고노동자 보호법’이라고 명명된 AB1356 법안은 매트 헤이니 가주 하원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대량 해고 시 업주의 의무 사항을 강화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어 빅테크의 대규모 해고를 겨냥한 법안이다.
AB1356에 따르면 한 번에 5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할 경우 업주는 해고 90일 이전에 사전 해고 통지를 해당 직원에게 해야 한다. 90일 사전 해고 통지 조항은 현행 연방 및 가주의 직원 조정 및 재교육 고지법(WARN Act) 보다 한층 강화된 조건이다. 연방 WARN법에 따르면 100명 이상 기업이 직원의 3분1 이상 해고 시 60일 전에 사전 해고 통고를 해야 하며 500명 이사 대기업의 경우 직원 해고 비율에 상관 없이 30일 전에 통보해야 한다. 가주의 WARN 법은 50명 이상 해고 시 업주는 반드시 30일 전에 사전 통고와 함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B1356 법안은 대량 해고 시 각종 합의서에 서명을 강요하는 관행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해고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비밀유지와 비방금지 등의 합의서를 작성하도록 해 해고자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업주의 관행은 일체 금지된다.
트위터의 경우 퇴직금 지급 조건으로 회사에 대한 소송은 물론 타인의 소송을 돕는 행위도 하지 않고 회사와 일론 머스크를 비방하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합의서에 서명을 강요한 사례가 있다.
LAT는 AB1356 법안이 실제 적용되면 일론 머스크 주도의 대량 해고는 불법인 동시에 합의서도 무효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AB1356 법안은 적용 범위를 빅테크와 같은 대기업이 직접 고용한 직원뿐 아니라 하청업체 직원과 같은 독립계약자들까지 확대해 적용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법안이 입법화되면 그간 해고 통지조차 받지 못한 채 해고를 당해야 했던 독립계약자들도 사전 해고 통지와 함께 퇴직금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례로 지난 6일 연방 노동관계위원회(NLRB)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유튜브 뮤직의 하청업체 직원들의 ‘공동사용자’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직접적인 고용계약 체결이 없더라도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직원의 근무 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경우 사용자로 본다는 의미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