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조정 필요 → 속도올릴 준비”
고용 등 호조에 긴축 재가속 예고
0.25%포인트를 인상한 것은 통화정책이 제약적인 수준에 왔고 이제 미세 조정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2월 1일)
“금리를 너무 많이 올렸다고 시사하는 경제지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3월 7일)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미세 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RB·연준) 의장은 이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최종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파월 의장의 인식이 뒤집히면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둔화 우려는 커지고 있다.
파월 의장은 7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1월의 경제지표는 고용시장부터 소비자지출, 인플레이션에 이르기까지 지난 연말의 둔화 추세가 역전됐다”며 “이는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당시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인플레이션의 압력이 더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지적대로 지난해 12월 26만 건이었던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 증가량은 1월 51만 7000건으로 급등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은 12월 전년 대비 5.3%에서 1월 5.4%로 올라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사라졌다. 12월 전월 대비 1.1% 줄었던 소매 판매는 1월 들어 3%로 급등했다.
시장이 우려하는 대목은 2월 지표상에서도 고용과 소비·물가 등이 연준의 우려를 덜 만큼 충분히 식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10일 발표될 2월 고용보고서의 경우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 증가량이 22만 4000건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여전히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평균 월간 증가량(15만 6000건)을 7만 건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더욱이 연준이 바라는 증가량은 10만 건 이하다. 애나 웡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수치는 1월 지표와 더불어 연준이 ‘오래, 더 높이’ 긴축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고 금리 정점 전망을 5.5%로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14일로 예정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는 전년 대비 6.0%로 1월(6.4%)보다는 둔화되지만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 세 배 높다. 이튿날 나올 2월 소매판매는 3% 급등했던 전월의 기저 효과에도 불구하고 0.3% 상승할 것으로 월가는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달 FOMC를 앞두고 발표될 지표들이 혼조세지만 전체적으로는 탄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단순 경고 이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선물시장은 기준금리가 6월 5.5~5.75%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가 4.5~4.75%인 점을 고려하면 3월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에 이어 5월과 6월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한다는 전망이다.
주요 뉴욕 증시 지표는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72% 하락한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1.5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1.25% 떨어졌다. 세 지수 모두 파월 의장의 의회 발언이 있던 10시를 기점으로 하락했다.
특히 채권시장의 경기 둔화 신호가 커졌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2년물 채권 수익률이 이날 5%를 넘기면서 2년물 국채와 10년물의 수익률 역전 격차는 -1.045%까지 커졌다. 1981년 9월 22일(1.214%포인트) 이후 42년 만에 가장 큰 수익률곡선 역전이다. 통상 장단기 수익률곡선 역전은 경기 침체의 신호탄 역할을 한다. 톰 그래프 페이셋 투자부문장은 “시장은 경기 침체 확률이 높아지고 있고 임박하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물경제에서의 압력도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부동산 금융 업체인 패니매가 이날 공개한 월간 설문조사에서 ‘앞으로 12개월 동안 재정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1.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설문을 시작한 2010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응답률이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브로커스 최고전략가는 “(연준의 긴축 강화가 현실화된다면) 골드락스 시나리오와의 일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2월과 3월 등 추가 지표가 충분히 쌓일 때까지 긴축을 강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티모시 처브 지라드 최고투자책임자는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했다고 보고 있다”며 “단지 1월의 인플레이션 수치가 높았던 것이고 한 달 데이터는 추세가 아니기 때문에 25bp가 현재 경제에 걸맞은 인상 폭”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