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사무실 복귀비율 아시아 80∼110% 달해 미국은 40∼60% 머물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부터 3년이 지나도록 미국의 사무실은 여전히 절반 가까이 불이 꺼진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아시아와 유럽과는 대조적이다.
월스트릿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부동산 서비스업체 JLL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사무실 점유율이 팬데믹 이전의 40∼60%라고 보도했다. 도시별로 격차가 크긴 하지만 어느 곳이든 이미 70∼90%의 점유율을 회복한 유럽·중동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가장 사무실이 붐비는 지역은 아시아다. JLL에 따르면 아시아의 사무실 점유율은 팬데믹 이전의 80∼110%로, 일부 도시의 경우 코로나19 대유행 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근로자가 출근하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 도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는 2021년 또는 2022년에 이미 근로자들의 사무실 복귀율이 75%를 넘었다고 JLL은 전했다. 파리와 스톡홀름 등 유럽의 도시들도 75% 선을 넘은 지 오래다.
유독 미국에서 아직 많은 근로자가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이유로는 더 넓은 집과 긴 통근 시간, 빡빡한 노동시장 등이 꼽힌다. 교외의 넓은 집에 많이 거주하는 미국의 근로자들은 좁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홍콩 등 아시아 도시 근로자들보다 ‘홈 오피스’를 구축하기 용이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더 나은 삶’ 지수에 따르면 1인당 평균 방 개수는 미국이 2.4개로 일본(1.9개), 독일(1.8개), 프랑스(1.8개), 한국(1.5개)을 크게 앞선다.
대도시 한복판이 아닌 교외에 넓게 퍼져 거주하는 미국인들의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사무실 복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 역시 출퇴근 시간이 만만치는 않지만, 이들 지역의 대중교통 시스템이 미국보다 안정적이고 지연이 드물다는 사실은 직장인들의 사무실 복귀를 돕는 요소로 지목된다.
결정적으로 여전히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미국의 노동시장은 노동자들이 원하는 형태의 근로를 고집할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미국의 몇몇 대도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원격 재택근무에 더욱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도 유럽, 아시아와 차별화된다.
그러나 미국 근로자들의 사무실 복귀 지연은 지역 경제와 지자체에 타격을 주고 있다. 직장인들에 의존하는 도심 식당과 접객업이 아시아, 유럽에 비해 덜 회복된 데다 오피스 빌딩 가격 하락으로 재산세에 주로 의존하는 지자체 세수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실제로 경제매체 CNBC는 재택근무과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가 확산으로 주 3일 출근하는 직장이 크게 늘자 LA와 뉴욕 등 미국 대도시의 오피스 지역 내 식당들이 출근 직장인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도입된 재택근무가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자 사무실 근무와 병행하는 소위 하이브리드 근무로 전환되면서 LA와 뉴욕을 비롯한 대도시 오피스 밀집 지역이 이른바 공동화되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 이전 매일 사무실 출근에서 특정 요일에만 출근하게 되면서 출근 직장인의 수가 줄어들자 인근 식당들은 손님 감소에 울상을 짓고 있고, 손님의 발길이 뜸한 월요일과 금요일을 중심으로 근무 인원을 줄이고 근무 시간을 조정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는 등 자구책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