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첫광고
엘리트 학원

높은 의료비 부담에 “아파도 병원 안간다”

미국뉴스 | 경제 | 2023-02-22 09:09:06

높은 의료비 부담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갤럽조사 결과 38% 달해…지난 22년래 최고 수치

 

LA 한인타운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주부 이모씨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직장을 잃고 남편의 수입에 의존해 두 아이를 돌보고 있다. 이씨는 인플레이션에 지난해부터 자꾸 줄어가는 은행 잔고를 보면 마음이 심란하다고 했다. 여유가 없다 보니 정기적으로 피부과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의료비가 가계에 부담이 되다 보니 정기 검진을 몇 차례 연기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지난해 작은 아이가 고열로 경련을 일으켜 입원해 8,000달러를 병원비로 썼다”며 “의료비는 오르는데 은행 잔고는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일이 또 일어나면 정말 큰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침체의 우려 속에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몸이 아파도 진료와 치료를 건너뛰거나 병원을 찾지 않는 한인과 미국인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각종 생활 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치솟는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보다 4배 가까이 의료비를 더 지출하면서도 각종 보건 지표에서 최악의 기록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고물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미국인들이 높은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진료나 병원 방문을 기피하는 현상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조사기관인 갤럽이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벌인 조사 결과 응답자의 38%가 진료비나 치료비에 부담을 느껴 병원을 제때 방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2021년 조사 결과에 비해 12%포인트가 증가한 수치이고, 지난 22년간 실시한 조사 중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는 게 갤럽의 설명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소득이 4만 달러 미만인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 병원 진료를 기피하는 것이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 비해 2배 가량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병원 진료나 약값 등 관련 비용이 예년에 비해 올라 부담으로 작용한 탓이다. 지난 1월 기준으로 병원비는 전년 대비 0.5% 올랐고 처방약 값은 2.1%나 상승했다. 병원 진료비와 약값의 상승세는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건강보험이 있더라도 치솟는 의료비에 속수무책이다. 비영리재단인 커먼웰스펀드에 따르면 직장 건강보험이 있는 직장인 중 29%가 제대로 보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기부담금이 너무 높은 탓에 병원 진료는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높은 의료비는 곧 의료비 부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방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에 따르면 의료비를 갚지 못해 채권회수업체로 넘어 가는 비율이 전체 부채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민도 예외는 아니어서 가주민의 20%가 최소 5,000달러의 의료비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절반 정도는 의료비 부담 때문에 진료를 기피해 증상이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악화됐다고 답했다.

 

이럼에도 미국은 전 세계에서 의료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고 있는 나라다. 커먼웰스펀드에 따르면 미국은 국민 1인당 의료비 지출이 연 1만687달러인데 반해 한국은 2,874달러로 무려 4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다. 의료비 지출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대 수명은 77세를 겨우 넘어 선진국 중 바닥권에 머물러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인의 비상금 수준이 평균 400달러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비 인상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미국인들의 병원 진료 기피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

높은 의료비 부담에 “아파도 병원 안간다”
높은 의료비 부담에 “아파도 병원 안간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주민 뜻 반영 않은 HOA 규정… 정부 법이 보호한다
주민 뜻 반영 않은 HOA 규정… 정부 법이 보호한다

‘주택 소유주 협회’(HOA·Homeowners’ Association) 주택의 외관과 단지 내 편의 시설 등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국적으로 운영된다.‘커뮤니티 협회’(Co

주택 단점 보완하고 장점 부각하는‘홈 스테이징’
주택 단점 보완하고 장점 부각하는‘홈 스테이징’

집을 팔 때‘홈 스테이징’(Home Staging)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홈 스테이징은 주택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는 일종의 판매 전략이다. 홈 스테이

객실예약 필요없어… 편의시설만 사용 ‘데이패스’ 인기
객실예약 필요없어… 편의시설만 사용 ‘데이패스’ 인기

부진한 호텔 수익 만회 전략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지 기분경험·가치’중시 수요와 맞아호텔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객실 예약 없이 편의 시설만 사용할 수 있는‘데이 패스’를 판매 호텔이

미국서도 변종 엠폭스 감염 사례 확인
미국서도 변종 엠폭스 감염 사례 확인

엠폭스 바이러스 테스트 장비 [로이터]  아프리카에서 확산 중인 변종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 감염 환자가 미국에서도 나왔다.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6일 최근 동

갈수록 치열해지는 UC 입학 경쟁…‘종합적 평가 방식’이해해야
갈수록 치열해지는 UC 입학 경쟁…‘종합적 평가 방식’이해해야

UC 대학은 많은 가주 학생들이 선호하는 공립대학이다. 타주에서도 입학을 원하는 학생이 많을 정도로 UC 대학 높은 교육 수준이 인정받고 있다. 각종 대학 순위에서 상위로 꼽히는

가볍지 않은 언어장애… 부모의 귀에서부터 시작한다?
가볍지 않은 언어장애… 부모의 귀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때만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유치원생 5세 아이를 둔 박모(40)씨는 지난해 가을, 아이를 나무랐던 일을“지금도 후회한다”고 했다. 아직도 기억이 선명한 그날은 아이가 하원

10명 중 7명은 근시… 소아·청소년 근시‘빨간불’
10명 중 7명은 근시… 소아·청소년 근시‘빨간불’

“영유아 검진에서 난시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안과에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다가 아이가 네 살 되던 때부터 안경을 썼거든요. 시력 발달 속도가 더뎌서 최근 검진을 해봤는데, 근시

신물 올라오는‘역류성 식도염’, 누울 때 왼쪽이 좋아
신물 올라오는‘역류성 식도염’, 누울 때 왼쪽이 좋아

저녁 식사를 후루룩 마친 뒤 곧바로 소파에 누워 TV나 스마트폰 등을 즐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음식물이 소화되기 전에 누우면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지 못하게 막는‘하부 식

“똑바로 눕지 못하겠어요”… 누우면 더 아픈‘급성 췌장염’
“똑바로 눕지 못하겠어요”… 누우면 더 아픈‘급성 췌장염’

주말 아침 체한 증상이 있던 30대 남성 K씨는 복통과 구역 증상이 심해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누워서 쉬려고 해도 등으로 뻗치는 통증 때문에 똑바로 누울 수도 없었다. 검

단백질 파우더·라면… 음식도 아닌 음식을 먹고 있다
단백질 파우더·라면… 음식도 아닌 음식을 먹고 있다

초가공식품의 역사와 현재거의 매일 마트에 간다. 식재료를 사기도 하지만 남들이 무엇을 사는지도 관찰한다. 특히 계산대에 줄을 서 있을 때가 좋은 기회다. 각자 선택이 매우 다양할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