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디즈니·테슬라 등 출근 의무화 실시
“이제 좋은 시절이 끝나가는 것 같다.”
LA다운타운에 있는 한 주류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한인 김모씨의 말이다. 팬데믹 이후부터 실시되어 왔던 재택근무를 폐지하고 사무실 출근을 원칙으로 한다는 기업 대표의 이메일을 받고 난 김씨는 생각이 많아졌다고 했다. 김씨는 “2년 가까이 재택근무로 바뀌어 버린 생활패턴을 다시 바꾸어야 하는 게 쉽지 않다”며 “아내도 일을 하다 보니 육아 문제가 있어 하이브리드(재택과 사무실 근무 병행)를 제안해 보고 안 되면 직장도 옮겨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새로운 근무 형태로 자리 잡았던 재택 근무가 존폐 위기에 몰렸다. 호실적에 구인난까지 겹치면서 재택 근무를 도입했던 기업들이 실적 악화에 경기 침체 우려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사무실 복귀에 속속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재택 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의 반발에 기업들은 재택 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로 대체하는가 하면 아예 출근 지침에 불응하면 해고하겠다는 경고까지 불사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어 재택 근무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커피 전문 판매업체인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 본사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오는 30일부터 통근 거리에 있는 직원들은 1주일에 3일 사무실로 출근해 근무하라”며 재택 근무 폐지 방침을 밝혔다. 통근 가능 거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이번 달 30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그리고 각 팀에서 결정한 다른 요일 등 총 3일을 시애틀 본사로 출근해야 하는 사실은 분명히 했다. 슐츠 CEO는 “출근 지침이 상호 연결을 재건하고 팀과 노력을 통합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벅스 이외에도 재택 근무를 폐지하고 사무실 복귀 조치에 나서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재택 근무를 해제하고 직원들에게 1주일에 4일 사무실에 나와 일할 것을 주문했다. 아이거 CEO는 “직원들이 사무실에 함께 있을 때 더 나은 창의력과 팀워크로 이어진다”며 사무실 복귀 이유를 말했다.
팬데믹 기간 여러 차례 사무실 복귀 계획을 내놨던 애플은 주 3일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했다. 팬데믹 당시 빠르게 재택근무로 전환했던 스냅도 사무실 복귀를 선언하며 1주일에 최소 4일 사무실 근무를 공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한 발 더 나아가 지난해 6월 테슬라 직원들에게 주당 최소 40시간은 사무실에서 일해야 한다며 “사무실에 안 나올 생각이면 회사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트위터도 일론 머크스 테슬라 CEO가 인수한 뒤 주 40시간 사무실 근무로 전환했다.
금융업체들도 사무실 복귀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그룹은 최근 주3일 사무실 근무를 의무로 실시하기 시작했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직원들을 사무실로 복귀시켰다.
미국 내 기업들이 사무실 복귀에 나서는 데는 경기 둔화에 따른 실적 악화라는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스냅은 지난해 10월 역사상 가장 낮은 분기별 매출을 기록했다. 디즈니도 경영 실적 부진과 40%에 달하는 주가 폭락 사태를 겪은 것이 재택 근무 폐지로 이어졌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택 근무 폐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재택 근무의 혜택을 맛 본 미국 직장인들의 선호도가 높다 보니 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라는 절충안을 내놓고 있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사무실 의무 복귀로 자칫 직원 이탈로 인한 업무 공백을 피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은 2019년 32%에서 지난해 7월 49%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대세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