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계획에 유용한 트러스트
2023년 연방 유산세(estate tax) 면세금액은 올해 1,206만달러에서 1,292만달러로 상향 조정된다. 하지만 2026년에는 유산세 면세액이 550만~680만 달러 선으로 내려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예금 등을 합친 총 자산이 1,000만 달러 이상인 한인 자산가들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상속계획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상속계획에 도움이 되는 트러스트(Trust)에 대해 알아 본다.
■유언검증 절차와 리빙 트러스트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재산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죽고 난 후 유산을 분배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16만달러 이상의 자산을 갖고 있는 개인이 상속계획 없이 사망할 경우 피상속인의 재산은 상속법원의 유언검증(Probate) 절차를 거치게 된다.
문제는 재산이 분배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는 점이다. 유언검증 절차가 완료되기까지 최소 1년 길게는 몇 년씩 걸리며, 법원 행정비용과 변호사 비용 등에 상속재산의 3~6%를 사용해야 한다. 검증 기간 동안에는 아무리 급해도 법원의 허가 없이 상속재산의 처리나 매매가 불가능하다.
유언장(Will)만으로는 검증절차를 피할 수 없다. 유언장이 없으면 절차가 완료된 후 주법에 따라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차례로 고인의 재산이 분배된다
유언검증 절차를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흔히 사용되는 것이 리빙 트러스트(Living Trust)를 설정해 미리 재산을 트러스트 명의로 변경하는 것이다. 리빙 트러스로 명의를 변경할 수 있는 재산에는 주택 등 부동산과 은행계좌 등 동산, 사업체 지분과 주식 등이 포함된다. 리빙 트러스트는 신탁인이 생전에 내용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Revocable) 트러스트다.
신탁인 사망 후 리빙 트러스트는 취소할 수 없는(Irrevocable) 트러스트로 변하게 되며 지정된 신탁관리인이 신탁 규정에 따라 트러스트 재산을 지정된 수혜자에게 배분한다. 리빙 트러스트를 작성하는데 드는 변호사 수임료는 다르지만, 유언검증 절차에 들어가는 수임료와 비교하면 훨씬 경제적이다.
■취소 불가능한 생명보험 트러스트
한 가정의 상속계획을 세울 때 생명보험은 큰 역할을 한다. 사망보상금을 수령하는 유족은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보상금 자체는 상속재산에 포함된다. 상속자산의 규모에 따라 결과적으로 추가적인 상속세가 붙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자산가들은 취소불가 생명보험 트러스트(ILIT)를 상속계획에 활용한다. ILIT(Irrevocable Life Insurance Trust)에 생명보험을 넣으면 상속자산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상속절차에 필요한 현금을 마련해줄 수 있다.
만약 상속계획상 사망보상금이 추가로 필요한 경우에는 새로 생명보험을 신청해 ILIT 자체가 생명보험 증서의 소유주와 수혜자가 되게 한다.
ILIT은 한번 설정되면 취소할 수 없는 트러스트다. 보험가입자가 사망하면, 신탁관리인이 보험회사로부터 사망보상금을 수령해 ILIT 규정에 따라 수혜자에게 분배한다.
■자선기부도 가능한 트러스트
요즘 들어 한인사회에도 기부문화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면서 상속계획에도 활용할 수 있는 트러스트는 CRT와 CLT가 대표적이다.
CRT(Charitable Remainder Trust)를 설정하고 재산의 소유권을 트러스트에 이전하면 기부금에 해당하는 주택과 주식은 현재 가치대로 평가되고 전액 세금공제 혜택을 받는다. 양도소득세는 당연히 면제고 주식 등에 대한 자본 이득세도 없다.
트러스트의 돈을 기부자가 쓸 수 있고 기부자가 사망하거나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잔여 재산이 기부한 기관으로 소유권이 넘어가는 형태다.
CRT의 소득 사용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연금처럼 고정액을 받을 수도 있고 수익의 일정비율을 분배받을 수도 있다. CRT에 편입한 자산은 유산세 대상이 되는 상속자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CRT는 취소가 불가능한 신탁계좌다.
CLT(Charitable Lead Trust)는 일정기간 동안 신탁 설정한 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공익단체에 기부하고, 약속된 기간종료 후 설립자가 다시 돌려받거나 가족에게 상속, 혹은 양도하는 신탁이다. CLT는 신탁설정 자산에 대해 세금혜택이 없다. 단 매년 발생한 수익이 공익단체에 기부될 때마다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받게 된다.
지속기간 중 자선단체에 지급되는 총 금액이 신탁 자산 가치의 10% 이상이어야 CLT로 인정된다.
미국에 설립된 CLT의 수는 CRT 보다 적지만, CLT의 평균 자산 규모(300만 달러)는 CRT(100만 달러)보다 크다. CRT의 기간은 특정인의 생애 혹은 최대 20년 까지로 지정되는 반면 CLT의 지속기간은 제한이 없다.
‘워딩턴 파이낸셜 파트너스’의 린다 한 대표는 “상속계획은 죽음을 전제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많은 한인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한 선물인만큼 상속법 변호사와 CPA, 재정상담가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상속계획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