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긴축 조절 기대감에 12년여 만 최대 낙폭 기록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심화했던 강달러 현상에 급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이달 들어 달러화 가치가 1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물가 지표 상승세가 꺾여 인플레이션 정점론에 힘이 실리자 연준이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둔화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20일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유로와 엔·파운드 등 주요 6개 통화와 비교한 미국 달러 가격인 달러 인덱스는 이달 들어 이날까지 4% 이상 하락해 2010년 9월 이후 12년 여 만에 낙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레피니티브는 현재 달러 인덱스가 연초 비교하면 여전히 11% 가량 높은 수준이지만, 고점 대비 상승세가 완만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러 인덱스는 연준이 올 들어 금리를 3.75%포인트 인상한 영향으로 9월 114포인트 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달러화 하락 반전은 미국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다는 신호 속에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7.7% 올라 1월 이후 최소 폭 상승을 기록했고, 도매 물가인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8%)도 시장 전망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연준이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긴축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이 강달러를 완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날 래피얼 보스틱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2월 금리 0.75%포인트 인상은 멀어지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 경기가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경기 침체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달러 가치를 낮추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연준 고강도 긴축의 부작용이 달러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맥쿼리 전략가 티에리 위즈만은 “미국은 이제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것이 달러 약세의 기초”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준 내에서 금리 인상 폭을 줄이더라도 최종 목표 금리는 높이는 등 긴축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발언이 계속 나오는 나오는 만큼 이것이 향후 달러 가치를 다시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매파’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최근 “금리 목표를 최소 5.0~5.25%까지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