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탁생산 TSMC 3분기 종목 중 최대 규모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올 3분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주식을 처음으로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버핏이 가치주 중심의 투자 성향을 보여왔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매입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버핏은 대신 US뱅코프·뱅크오브뉴욕멜런 등 보유 중이던 금융주들을 대규모로 처분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기조에서 기술주들의 낙폭이 커진 가운데 버핏이 평소 중시하는 ‘경쟁 우위’를 갖췄다고 판단한 기업에 투자를 단행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투자 귀재의 행보가 기술주 반등 신호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14일 버크셔해서웨이가 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말 투자 현황(13F)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는 TSMC 주식 6,006만880주를 새롭게 매입했다. 이는 41억 달러 규모로 TSMC 전체 지분의 1.2% 수준에 해당한다. 버크셔가 TSMC 주식을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TSMC 지분 확보 공개는 버크셔가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 보유 지분 축소를 발표한 후 약 두 달 반 만이다.
이로써 TSMC는 버크셔가 열 번째로 많이 보유한 종목에 올랐다. 특히 3분기 중 사들인 종목 가운데 매입 규모가 가장 크다. 버크셔는 3분기 90억 달러가량의 주식을 새롭게 매입했는데 이 중 절반 가까이를 TSMC 투자에 쓴 셈이다. TSMC의 합류로 버크셔 포트폴리오 상위 10위권에 든 정보기술(IT)주는 애플·액티비전블리자드를 포함해 총 3개로 늘어났다. 애플은 버크셔가 8948만 주(1237억 달러)로 단일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다.
올 3분기 버크셔는 TSMC와 함께 에너지 업체 투자 비중을 늘린 반면 보유하던 금융주들을 대규모로 처분했다. 버크셔는 올 초부터 꾸준히 에너지 업체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3월 처음으로 사들였던 옥시덴탈페트롤리엄을 119억 달러 규모로 추가 매입해 보유 지분을 20.7%로 끌어올렸다. 또다른 원유 관련주인 셰브런 역시 이번에 6억 달러가량을 더 사들였다. 이 밖에 목재 회사 루이지애나퍼시픽도 3억 원 규모를 매입했다.
버핏이 그동안 가치주 중심의 투자 행보를 이어왔으며 기술주 투자에 인색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TSMC 매입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버핏은 가격 결정력이 높은 업체 중심의 ‘가치투자’를 강조해왔고 그 결과 금리 인상 기조로 성장주들의 낙폭이 커진 올해 높은 방어율을 기록했다. 이러 가운데 버크셔가 TSMC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데는 성장주들의 낙폭이 충분히 벌어졌다는 인식과 업계에서 충분한 경쟁 우위를 지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