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7% 상승… 유틸리티 등 전달 대비 하락
고공행진하던 물가가 드디어 잡힐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0월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7%대로 나왔는데 여전히 높긴 하지만 상승폭이 크게 하향 조정된 것이어서 시장에 팽배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운 것이다. 물가 리스크가 줄어들면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긴축 속도 조절을 하고 경기도 나아질 수 있다.
연방 노동부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7% 올랐다고 10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 9월 기록한 8.2%에서 7%대로 떨어진 것으로 물가상승률이 7%대로 나온 것은 올해 2월(7.9%) 이후 처음이다. 상승률은 올해 1월 기록한 7.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에서 시장전문가들이 예측한 7.9% 상승보다 0.2% 포인트 낮게 나오기도 했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시장 예상보다 낮았다. 10월 근원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상승했다. 이는 지난달 기록한 1982년 8월 이후 약 40년 만에 가장 높은 6.6%에서 둔화한 수치다. 근원 CPI 역시 WSJ 예상치인 6.5% 상승을 밑돌았다.
다양한 상품들의 가격 하락이 CPI 상승폭 둔화를 초래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유틸리티 가스 서비스 비용은 직전인 9월 대비 5% 가까이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 시장에서는 중고차 가격이 2.4% 떨어졌다. 신차 가격의 경우 0.4% 올랐지만 상승률이 지난달(0.7%)보다 낮아졌다. 권장소비자가격(MSRP)에 더해 수천달러를 줘야 했던 기형적인 자동차 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LA 카운티의 경우 인플레 상황이 전국 평균보다 안정된 상황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LA카운티의 10월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7.5%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보다 0.2% 포인트 낫은 수준이다. LA카운티에서는 중고차 가격이 전월 대비 2.2% 하락한 가운데 야채·과일(-1.9%), 의류(-4.8%) 가격이 떨어지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덜어진 상황이다.
아직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상승폭이 꺾인 것은 경제에 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연준이 경기 침체 리스크를 키우면서까지 강행해온 기준 금리 인상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CPI 발표로 연준이 12월 13~14일 예정된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0.75% 포인트)이 아닌 0.5% 포인트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 경우 긴축 속도가 조절되면서 시장이 그동안 우려했던 경기 경착륙 리스크가 일부 가실 것으로 기대된다. CNBC와 인터뷰한 투자자문사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CPI가 예상보다 더 낮게 나온 후 연준의 고강도 긴축 우려에 대한 역풍이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