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외 사업부문 지분 매각 “유동성 문제 해결위해 인수”
거래량 기준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가 유동성 부족 사태에 직면해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미국 외 사업 전체를 매각 추진한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가 10% 이상 급락하고 있다. 추이에 따라 출금 중지나 파산 등의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일 장펑차오 바이낸스 대표는 본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FTX는 심각한 유동성 부족사태에 직면해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이용자를 보호하는 취지에서 FTX.com을 전량 인수하고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속력이 없는 인수의향서(LOI)를 (FTX측과)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며칠에 걸쳐 (전면 회계실사 등) 듀 딜리전스(due dilligence)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FTX의 미국 사업 부문은 제외된다.
FTX의 창엄자인 샘 뱅크먼 프리드 역시 트윗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FTX.com의 첫번 째이자 마지막 투자자는 동일 주체”라며 “바이낸스와 Ftx.com에 대한 전략적 거래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표는 FTX가 “자금 부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우려했던 FTX의 유동성 부족사태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장은 동요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비트코인은 24시간 대비 10% 하락한 18,48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는 15% 가량 하락한 1,321달러에, 라이트코인은 16% 하락한 56달러에 거래 중이다. 특히 비트코인은 한때 2020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인 17,300달러 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FTX와 관계 업체의 재무 부실 우려는 지난 주 미국 암호화폐 전문 매체인 코인데스크 닷컴의 보도에서 시작됐다. 매체는 FTX의 관계사인 투자펀드 알라메다 리서치의 재무보고서를 입수해 대차대조표 내 자산 기록이 명확치 않고 자산의 상당 부분이 FTX거래소가 발행한 코인인 FTT로 채워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무제표가 부실한데다 한 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타격을 입는 구조라는 것이다.
아르카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제프 도먼은 “아라메다 헤지펀드는 수많은 FTT를 통해 FTX와 연결돼 있으며 FTT의 가격이 하락하면 알라메다는 마진콜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며 “FTX 알라메다에 자금을 대출해 줬다면 이 경우 모두가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알라메다 CEO는 “보도 매체가 입수한 대차대조표는 최신의 데이터가 아니며 해당 재무제표에는 실제 가지고 있는 자산이 누락돼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상황은 장펑차오 바이낸스 대표가 7일 “보유 중인 FTT코인을 전량 매각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악화됐다. 장펑차오 대표는 7일 “루나사태의 교훈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FTT를 전량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초기 FTX 투자자로 이에 따라 상당량의 FTT를 보유하고 있다.
이후 투자자들도 FTX에 보관하던 암호화 자산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 시작했고 이에 FTX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크립토퀀트의 경우 FTX가 보유한 스테이블코인 총량이 2주전 대비 90% 이상 감소했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FTX 측은 “법적으로 규정된 회계 감사를 받고 있다”며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날 오전 투자자들의 자금 인출을 중단했다.
이날 양 측의 FTX.com 매각-인수 소식에 시작이 하락한 것은 결국 FTX측의 설명과 달리 유동성 부족이 사실이며 회사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인수 협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초반 암호화폐 시장은 일시 반등했지만 이후 하락 중이다. 카이코의 리서치 애널리스트인 코너 라이더는 “투자자들은 몇 달 전에 발생한 셀시우스와 쓰리애로우 위기에 때한 데자뷰가 떠올리고 있다”며 “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