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등 다수기관 분석
11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다시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 금리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강달러가 가속화되기 때문인데 달러당 원화 가치가 1,50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8원 오른 달러당 1,424.30원에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원화 가치는 현 시점에서 추가로 5% 이상 빠질 수 있다.
올해 들어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이미 16% 이상 하락했는데 추가로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화 가치의 약세를 점치는 곳은 블룸버그 뿐만이 아니다. 주요 금융기관 중 뱅크오브아메리카와 ING파이낸셜마켓, 일본의 노무라홀딩스와 미즈호파이낸셜이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
강달러 속에 원화 가치 추가 급락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한미 기준 금리 격차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는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0.75%포인트 추가로 올려 금리 상단을 4%로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에 더해 12월에 한 차례 더 FOMC가 남아 있는데 물가 상황에 따라 한 번 더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밟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투자회사 UBS는 “연준이 금리 인하 신호를 보낼 것이라는 기대는 시기 상조”라며 “아직 물가가 잡힐 것이라는 지표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과 달리 한국의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시점에서도 한국의 기준금리는 3%로 미국(상단 3.25%)보다 낮은데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금융통화위원회도 올해 한 번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달 24일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도 연준과 같이 높은 폭의 인상을 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의 심각한 가계부채를 고려했을 때 금리 인상이 불러올 여파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준금리 고점이 3.5%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다수 위원이 말한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동의한 바 있다. 사실상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앞으로 더 커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 금리 인상폭이 한국을 앞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상황이 유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더 높으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지고, 그만큼 달러 가치는 올라가고 원화 가치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이 유력한 상황에서 문제는 얼마나 오를지와 언제까지 이어질지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와 인터뷰한 클라우디오 피론 뱅크오브아메리카 전략가는 “원·달러 환율이 올해 연말까지 1,500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며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고 중국 경제가 회복되면 원화 가치가 방향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론적으로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출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중순 즈음까지 엇갈린 한인들의 환율 희비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늘어나는 한인 여행객들의 한국 방문은 이어지고 주재원·유학생들의 환전 비용 증가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