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가격 전년비 73% ↑
LA 한인타운에서 소매업을 하는 박모씨는 “진짜 물가가 미친 것 같다”며 한숨을 지었다. 어느 것 하나 오르지 않는 것이 없다 보니 요즘에는 물건 사기가 겁난다는 박씨는 특히 다음달 추수감사절 저녁 친지들이 모이는 만찬 준비로 생각이 많다고 했다. 칠면조를 비롯해 각종 식자재 가격이 급등하다 보니 예년처럼 박씨 혼자 비용을 부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씨는 “올해는 초대할 친지의 수도 줄이고 음식도 분담해서 가져오도록 할 계획”이라며 “그렇다고 1년에 1번 뿐인 추수감사절 만찬을 거를 수는 없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올해 추수감사절 저녁 만찬의 규모가 예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경제가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추수감사절 만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칠면조(터키)를 비롯해 각종 식재료의 가격 급등으로 추수감사절 준비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올해 추수감사절 만찬을 거르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터키를 포함해 버터와 마가린, 밀가루 등 추수감사절 만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추수감사절 만찬 준비를 하는 한인을 비롯한 미국 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추수감사절 만찬의 ‘꽃’인 터키 가격이 급등했다. 이는 예년에 비해 일찍 찾아온 조류독감으로 전체 터키 중 3.6%에 해당되는 730만마리의 칠면조가 살처분된 영향이 크다. 공급 부족에 따라 터키 1파운드당 평균 가격은 1.99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73%나 크게 올랐다. 칠면조 가슴살의 경우 그로서리 마켓에서 구입하게 되면 지난해에 비해 112%나 오른 가격에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버터와 마가린 가격도 32%나 급등했다. 국제낙농식품협회(IDFA)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식물성 기름 공급량이 반토막으로 줄어들면서 마가린과 버터 가격도 동반 상승하게 됐다. 밀가루 가격도 지난해에 비해 24%나 올라 주요 식재료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추수감사절 만찬을 준비해야 하는 한인을 비롯한 미국 소비자들의 불만과 고민은 커지고 있다. 세리토스에 거주하는 한 한인은 “식품 가격이 계속 오르는데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예 올해 추수감사절 만찬 모임을 취소해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개인재정 컨설팅 전문 웹사이트인 ‘퍼스널 캐피탈’이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25%가 올해 추수감사절 만찬 모임을 갖지 않을 계획으로 나타났다. 추수감사절 만찬 모임을 갖더라도 친지들에게 준비 비용을 현금으로 분담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응답도 42%나 차지했다.
앞서 연방 노동부는 지난 13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2%, 전월 대비 0.4%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 8.1%보다는 높은 수치로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