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로고프 하버드 교수 “금융위기 때보다 불확실성 커…우크라전·양안갈등 최대 리스크”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의 세계적 석학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가 “미국 달러 가치가 (앞으로) 10~15%가량 더 강세로 갈 여지가 있다”며 “내년에 심각한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을 향해서는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제위기가 일어날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0일 로고프 교수는 세계경제연구원이 ‘글로벌 거시경제 위험과 정책적 시사점:이번에는 정말 다른가’를 주제로 개최한 웨비나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로고프 교수는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세계 경제 석학이자 ‘화폐의 종말’ ‘이번엔 다르다’의 저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로고프 교수는 최근 전 세계적인 ‘킹달러’ 현상에 대해 “미국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등 여러 요인으로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아직 10∼15% 정도 더 강세로 갈 여지가 있다”며 추가 상승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위기 시에는 선진국보다 소규모 신흥국들이 더욱 취약하다는 점이 킹달러 현상을 낳고 있다”며 “달러 강세가 계속될 경우 신흥국 및 취약국은 심각한 경제 역경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고프 교수는 한국도 단기적으로는 연준의 금리 인상과 달러 초강세에 잘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발 금융시장 패닉을 보면) 이제 시장이 정부의 방만한 재정 및 정책 실패에 덜 관용적인 태도를 나타내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정책적 결정이 비교적 쉬웠던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신흥국뿐 아니라 선진국도 혹독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고프 교수는 “IMF의 전망보다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유럽과 미국 모두 심각한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는 11일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미국은 1.0%,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0.5%로 제시했는데 내년 미국은 1%대 성장도 어렵고 유로존은 역성장까지 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세계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국·대만 갈등 격화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꼽았다. 로고프 교수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역풍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주요 중앙은행의 목표 물가 상승률인) 2%대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이 유지될 것”이라며 “특히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한 한국은 물가 잡기가 어려운 환경이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 체력을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로고프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각국이) 기준금리를 너무 늦게 올린 것도 실수지만 지금은 너무나 빨리 올리는 실수를 하고 있다”며 “물가 잡기도 중요하지만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