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동월 대비 주택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
전국의 주택시장이 사실상 10년 만에 가장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부동산 시장의 냉각 속에 그 리스크가 금융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9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가 전월보다 1.5% 감소한 471만 건(연율)으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지난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로, 코로나19 사태 초기 봉쇄 기간을 제외하면 2012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줄어들어 지난 2007년 이후 최장기 기록을 세웠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지난달 매매 건수는 23.8% 급감했다. 가격도 지난 7월 이후 석 달 연속 내림세다. 지난달 팔린 전국 기존주택 중간가격은 38만4,800달러로 지난 8월의 39만1,700달러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다만 9월 집값은 작년 같은 달보다는 8.4% 상승해 전년 동월 대비로 역대 최장인 127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향후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집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모기지 금리를 올린 것이 부동산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인 만큼 추가 금리 인상이 더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로런스 윤 NA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았다”며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450만 건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택시장을 점점 더 부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아지고 있다. 한때 올해 잠깐 가격이 하락하고 내년에 반등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내후년까지 20% 이상 가격이 추락할 것이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부동산컨설팅전문업체 존번스리얼이스테이트의 릭 팔라시오스 주니어 리서치디렉터는 “올해 초 최악의 경우 10% 하락할 것으로 봤는데 이제는 이 두 배 정도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이번 하락기는 대공황 수준으로 집값이 곤두박질치지는 않겠지만 역사상 최악의 시기 중 하나로는 기록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NAR의 로런스 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아직 주택 공급이 적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NAR에 따르면 지난달 시장에 매물로 나온 주택 재고는 125만 채로 전년 동월보다 0.8% 감소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공급 부족은 직전 대규모 침체였던 지난 2008∼2010년과 커다란 대조를 이룬다”며 “당시에는 지금보다 매물로 나온 주택이 4배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전국의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는 가운데 추후 미국의 경기 침체로 모기지 연체가 늘어날 경우 부동산금융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모기지은행협회(MBA)는 20일 지난 주 기준 모기지 신청 건수가 전주 대비 4.5% 감소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구매자가 줄어들면서 모기지 금융 수요도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재융자 건수도 전주 대비 8%, 전년 대비 86% 급감했다.
MBA의 조엘 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이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인 6.94%를 기록하면서 모기지 신청이 4개월 연속 하락했다”며 “이는 1997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 침체는 부동산 금융 시장의 리스크 확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JP모건에 따르면 정크 등급의 신용위험공유증권(CRT)과 미국 국채 간 금리 격차는 올 1월 3.42%포인트에서 지난주 6.75%포인트까지 상승했다.
CRT는 여러 금융업체들이 실행한 모기지 대출을 묶어 금융 상품화한 것으로 프레디맥과 페니매가 판매한다. CRT 이자율과 국채 금리의 격차가 커졌다는 것은 해당 상품의 리스크가 커졌다는 의미로 집주인들이 모기지 대출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한다.
거래 수요가 감소하면서 주택 착공도 줄어드는 분위기다. 이날 상무부 산하 인구조사국이 발표한 9월 신규 주택 건설은 전월 대비 8.1% 감소한 143만9,000건으로 전문가 전망치(146만 건)보다 적었다.
<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