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가부채가 처음으로 31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려 재정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4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연방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국가부채는 역대 최초로 31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처럼 국가부채 규모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대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막대한 정부 지출과 감세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는 가운데 국가부채가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가 올라 차입 비용이 예상보다 더 늘었고, 따라서 향후 재정적자 전망치도 다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적자 전망 규모가 이미 너무 크다며 “금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뭐든 1년 전에 생각한 것은 분명히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올해 기준금리를 3%포인트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현재 3.00∼3.25%인 기준금리가 앞으로 4.6%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방 의회예산국(CBO)도 이미 올해 초 투자자들이 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해 우려해 금리가 갑자기 오르고 물가 상승률이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국가부채는 내년에 소폭 줄었다가 2024년에는 다시 늘어나리라는 것이 백악관과 의회예산국의 공통된 예측이다.
역대 최대의 국가부채 규모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기부양 법안 등으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 들어 재정적자 규모는 5조 달러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에는 3,500억 달러, 올해는 1조5,000억 달러 가까이 재정적자 규모를 줄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가 내세우는 적자 감소 폭은 올해 팬데믹 관련 보조금 지급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행정부 측은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규모 전망이 틀리지 않았고 재정 위기에 전혀 근접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금리 기준 국가부채 부담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재정정책의 우선순위를 금리 인상 대응에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재러드 번스타인 CEA 위원은 “국가 예산은 재정적으로 매우 잘 관리되고 있다”며 “최근 발생한 일에 과잉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의 재정지출 계획을 비판하는 전문가들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저금리에 의존하는 것이 국가부채를 늘려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싱크탱크 맨해튼연구소의 브라이언 리들 선임연구원은 조정 가능한 단기 금리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부채 계획을 세운 것은 현명하지 않으며,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국가부채를 늘리면 ‘불난 재정에 기름 붓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