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FOMC 금리 인상 영향과 전망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의‘자이언트 스텝’을 다시 밟은 것은 시장 예상과 부합한다. 거듭된 긴축 행보에 경기 침체 위험성이 높아졌지만 물가를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의 결과다. 이번 결정으로 크레딧카드와, 자동차 대출, 모기지 등 소비자 대출의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지는 등 서민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경기침체 우려 상승
이번 연준 결정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지나치게 빠른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를 올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푼 돈을 회수하는 것으로 투자와 소비 등 모든 경제 활동을 축소시킨다.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데 자칫하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실제 연준은 21일 0.75% 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계획을 밝히면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 보다 1.5% 포인트 낮춘 0.2%로 하향 조정했다. 인플레이션 문제 해소를 위한 경제 피해는 어느 정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다.
물가를 잡기 위해 꺼내든 특단의 대책인 ‘자이언트 스텝’ 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다음 FOMC 정례회의에서도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점도표에 따르면 투표권이 없는 7명의 연은 총재를 포함한 FOMC 참석자 19명 중 9명이 올해 안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125bp(1.25% 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남은 FOMC 정례회의가 두 차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순서와 관계없이 0.75%p와 0.5%p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기준금리의 신속한 인상이 인플레이션 축소로 이어질지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주범은 금융당국의 결정과 무관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정치적 갈등으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카드 빚부터 갚아라
연준 긴축이 서민 경제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모든 채무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크레딧카드 이자율은 물론이고 주택 구입을 위한 모기지 대출, 개인 사업을 위한 SBA론 금리도 올라가게 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새로 발급된 크레딧 카드의 연평균 이자율은 최근 18.1%를 기록했는데 이는 26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인들 입장에서는 채무를 먼저 상환하고 실물 경제의 변화 추이를 살필 필요가 있다.
금융컨설팅업체 랜딩트리의 맷 슐츠 신용분석가는 “지금은 이자율이 높은 신용카드 부채부터 먼저 처리해야 할 때”라며 “다른 상품의 금리도 올라갈 수 있는 만큼 뚜렷한 이유가 없다면 현 시점에서 채무를 늘리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차·집 구입 이자 부담도 증가
무리하게 대출을 해서 자동차나 집을 살 생각이라면 한 번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자동차 시장의 오토론 대출 금리는 5%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이는 2008년 글로블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안 그래도 반도체 칩부족으로 인한 공급난 탓에 가격이 올라간 자동차를 사는데 금융비용마저 더 많이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현금으로 차를 사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동차 구입은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최근 30년 모기지 평균 이자율은 6%를 넘어섰다. 이번 연준 금리 인상으로 더 올라갈 것이 유력한데 이는 부동산 구입 시 채무자의 금융비용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최근 주택 시장이 냉각할 조짐이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부동산 구입을 미루는 것이 이익일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증시 급락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522.45포인트(1.70%) 떨어진 30,183.78에, S&P 500 지수는 66.00포인트(1.71%) 하락한 3,789.9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04.86포인트(1.79%) 하락한 11,220.19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연준의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던 증시는 오전 내내 소폭 상승세를 보이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발표 후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렸다.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상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올해 말 4.4%, 내년 말 4.6%로 상당폭 올라간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연준이 지난 6월 내놓은 종전 전망치보다 최종 금리 수준이 훨씬 상향된 것은 물론 높아진 금리의 장기간 유지 가능성을 시사한 이러한 결과에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냉각된 것이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