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미국경제 위기인가
이번주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 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이번 미국 경제가 한층 둔화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의 예상을 웃돈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공개된 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최종 도달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월가를 비롯한 각계에서 경기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내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1%로 하향 조정했다. 직전 전망치는 1.5%였다. 올해 성장률은 이전 전망과 동일한 0%로 유지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최근 금융 자산시장이 위축되는 데 더해 기준금리 전망이 높아지면서 내년 성장률과 실업률 전망이 다소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기준금리가 4~4.25%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제시하는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직전 3.6%에서 3.7%로 소폭 높아졌고 내년 수치는 3.8%에서 4.1%로 조정됐다. 2024년 실업률 전망도 4.2%로 직전 전망치 4%보다 0.2%포인트 올려 잡았다.
연준에서도 경제성장 속도가 큰 폭으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예측 모델인 GDP나우는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 주 전 1.3%에서 0.5%로 0.8%포인트 낮췄다. GDP나우의 3분기 GDP 예측치는 7월29일 첫 발표 당시 2.1%로 출발한 후 이달 초 2.6%까지 상승했지만 CPI와 수출·수입 물가 등 최신 수치를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0%대로 떨어졌다.
애틀랜타 연은 측은 “지난주 발표된 미국 재무부와 노동통계국·인구조사국 등의 지표들을 업데이트하면서 개인 소비지출 성장세와 민간 기업 국내 투자 부문의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개인 지출은 직전 주 1.7%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최근 업데이트를 거쳐 0.4%로 수정됐으며 민간 기업 투자도 -6.1%에서 -6.4%로 감소 폭이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끊이지 않는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높은 인플레이션과 보다 공격적인 연준의 긴축정책, 글로벌 경제 환경 악화로 인한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결합되고 있다”며 “이는 미국 경제를 완만한 경기 침체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주 관심은 과연 연준이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릴까에 온통 쏠리고 있다.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은 여전히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0.75%p 올릴 확률이 82.0%로 가장 높다. 한발짝 더 나가 ‘울트라스텝(1%p 인상)’을 단행할 확률은 18%로 나타났다. CPI 발표를 기점으로 0.5%포인트 인상확률은 제로로 사라졌다.
월가가 더욱 주목하는 부분은 9월 인상폭보다 연내, 그리고 내년에 연준의 최종 목표금리는 얼마일지다. BMO의 채권 전략가 벤 제프리는 “수요일 발표에서 시장에서 충격을 줄수 있는 부분은 인상폭이 아니라 (목표 금리를 표시하는) 점도표(dot-plot)”라고 말했다.
6월 FOMC에서 18명의 회의 참가자들이 작성한 점도표는 올해 말 기준 중위금리가 3.25~3.5%, 내년 말 기준 중위 금리는 3.5~3.75%였다. 다만 잭슨홀 미팅을 전후해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등 각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연말 4%, 내년초 4% 이상을 제시하면서 이 수치는 연말 기준 4% 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런데 CPI 발표후 최종적으로는 4.5~4.75%로 높아졌다고 노무라는 전망했다. 최종 도달 금리와 관련 5%라는 숫자 마저 나오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연방 재무장관을 지냈던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16일 인터뷰에서 “연준의 최종 금리가 5%에 도달한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