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고정 평균 5.89% 전주 대비 0.23p 뛰어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다시 급등해 6%대에 근접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인상하는 등 ‘매파적’ 행보를 강화한 데 따라 모기지 금리가 급등한 탓이다.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이 예고된 상황에서 모기지 금리까지 급등세를 보이자 주택 시장이 경색되는가 하면 모기지 업체들이 하나둘씩 파산하는 등 후폭풍의 조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8일 월스트릿저널(WSJ)과 CNN비즈니스 등에 따르면 이날 국책 모기지업체 프레디맥은 이번 주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가 5.89%로 전주 5.66%에서 0.23%포인트나 급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8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년 같은 기간 2.88%와 비교하면 1년 사이에 두 배 이상 급등한 수치다.
앞서 모기지 금리는 지난 6월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뒤 2달여 동안 진정세를 보이다 최근 다시 치솟고 있다. 여기엔 연준의 통화긴축을 선호하는 통화정책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물가 오름세가 주춤해지면서 연준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기준금리 인하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자 제롬 파원 의장 등 연준 내 고위 인사들은 내년까지 금리 인하 조치는 없을 것임을 시사하면서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 진화에 나섰다.
프레디맥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샘 카터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공격적인 통화 정책을 계속 추진하는 데 시장이 대응하면서 모기지 금리도 다시 올랐다”고 진단했다.
모기지 금리 재상승은 호황의 열기가 식기 시작한 주택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1년 전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 2.88%를 기준으로 20% 다운페이먼트를 하고 판매 중간 가격이 39만달러인 주택 구입을 위해 대출을 받으면 월 모기지 상환금은 1,295달러다. 이에 비해 5.89%의 모기지 금리로 대출을 받으면 월 모기지 상환금은 1,849달러로 월 554달러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주택 구매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택 매매량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높은 주택 가격도 수요자들이 주택 시장에서 발을 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택 시장이 경색되면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징후다.
월스트릿저널은 “40여 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연준은 주택 시장이 물가 급등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모기지 금리가 다시 급등하자 모기지 수요가 감소하면서 대출업체의 경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모기지 대출업체인 ‘퍼스트 개런티’는 최근 파산 신청을 했다. 법원에 제출한 내용에 따르면 퍼스트 개런티는 약 4억1,800만달러의 부채를 가지고 있으며 더 이상 자금을 충당할 방안이 없자 파산에 이르렀다.
파산 위기에 놓인 건 비단 퍼스트 개런티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비은행권 중소 대출업체들이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이어지면 자금 융통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은행과 달리 모기지 대출업체들은 어려운 시기에 자금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며 “이는 중소 모기지 대출업체들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