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파운드화 가치 급락…금융위기 후 첫 1,360원대
미국 달러화 가치가 역사적 외환시장 개입이 이뤄진 1980년대 ‘플라자합의’ 직전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연일 새로운 고점을 경신하며 글로벌 통화를 초토화시키는 ‘킹 달러’의 맹위에 세계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압박이 더해지고 신흥국의 채무 부담도 급증하는 등 세계 경제에 후폭풍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사흘 연속 연고점을 갈아치우며 1,360원 고지를 돌파했다. 지난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7.70원 오른 1,362.60원에 거래를 마쳐 2009년 4월1일(1,379.50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연내 1,400원 돌파 전망도 나온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지난 1일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140엔을 돌파했다. 올해 초 달러당 115엔 수준이었던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18%가량 하락한 상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는 1979년(19%) 이후 43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유럽 통화 역시 달러화 대비 줄줄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8월 한 달 동안 약 5% 떨어져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이 나온 201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려갔다. ‘패리티(1유로=1달러)’가 진작에 깨진 유로화는 6월 이후 달러 대비 6.6% 하락한 상태다.
올들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면서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달러화는 글로벌 경제 불안과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는 미국 경기,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 속에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올해 초부터 14%가량 올라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109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실질실효환율 기준 달러지수는 1985년 강달러를 시정하기 위해 주요국들이 시장 협조 개입에 나선 일명 플라자합의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나 홀로 치솟는 달러화 가치가 유럽과 일본·신흥국 등 글로벌 경제에 일으킬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