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교 비품 학생이 직접 구입… 테이프 70%, 풀 30% 올라
미국에서 8월 중순은 새 학년 개학을 준비하는 바쁜 시기이다. 각 교육청과 학교에서 가정으로 개학 일정과 준비물을 알리는 이메일과 편지가 날아들고 학부모들은 여름방학 막바지 아이 학용품, 준비물과 옷, 신발, 책가방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버지니아주(州) 패어팩스카운티의 한 초등학교 2022~2023학년도 등교 준비물 목록은 다음과 같다. ‘가위 1개, 풀 4개, 연필 36자루, 공책 6권, 형광펜 3개, 지우개 8개, 폴더 5개, 포스트잇 5개, 티슈 2통….’ 또 ‘지퍼백, 손세정제, 쓰레기봉투, 자석’ 같은 교실 운영에 필요한 기타 물품은 기부를 받는 방식이다.
한국 학교와 달리 미국 공립학교에선 학생과 교사가 수업과 교실 비품을 직접 구입해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새로운 운동화와 가방까지 사려면 학부모들은 수백 달러의 비용이 들기도 한다.
미국이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높은 물가가 학교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CNN은 “학부모와 교사들이 올가을 학생들이 교실로 돌아갈 준비를 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학용품에 얼마나 더 많은 돈이 들어갈지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 데이터 회사 클로버에 따르면 3M의 스카치테이프 전 품종 가격은 지난해보다 70% 가까이 급등했다. 샤피(펜)와 엘머글루(풀ㆍ접착제) 같은 인기 있는 학용품 가격도 각각 55%, 30%가량 올랐다. 가격 분석 회사 데이터위브 조사 결과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준 공책과 폴더 가격 상승률은 32%였다. 도시락통 가격은 14%, 책가방은 12% 올랐다.
엘머글루와 샤피펜을 만드는 뉴웰 측은 CNN에 “원자재 공급업체로부터 넘겨받은 인플레이션 비용 충당을 위해 제품 가격을 설정했다. 그러나 소매업체가 부과하는 가격은 통제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전국소매상연맹(NRF)은 학부모들이 올해 학교 용품에 평균 864달러(약 115만 원)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용 부담 때문에 브랜드보다 가격을 우선시 하는 경향도 커졌다.
NRF가 지난달 7일까지 7,83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68%가 이미 학용품 관련 구매에서 더 높아진 가격을 경험했다. 38%의 답변자는 비용 부담으로 다른 분야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연소득 5만 달러 이하 가구의 50%가 이 단계를 밟고 있어 저소득층이 물가 상승 압박에 더 힘겨워하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시장 데이터 정보회사 모닝컨설팅은 “새 학기 준비 쇼핑을 학부모들이 피할 수는 없지만 더 많은 소비자들은 결국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속적인 경제난, 특히 인플레이션이 가계 예산에 점점 더 많은 압박을 가하면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고 다시 소비 위축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은 불가피하다고 CNN은 지적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