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자영업 49% 인력 못 구해… 48년 래 최악”
인플레·신규이민 감소·코로나 우려 일자리 기피 여전
식당 업주들 직접 업무·영업시간 줄이기 등 고육지책
#LA 한인타운 내 다수의 의사가 근무하는 병원 오피스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한인 간호사 박모씨는 요즘 1인3역을 해내고 있다고 했다. 평소 4명의 직원이 근무했는데 2명이 대학원 진학과 이직으로 인력의 절반이 줄어든 탓이다. 박씨는 “데스크에서 예약 접수도 받아야 하고 안에서 각종 검사를 진행하고 의사들과 협업까지 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라며 “급여도 올리고 의료보험혜택도 제공한다고 했지만 3개월째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타운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인 업주 김모씨는 요즘 식당 주방에 들어가 양파를 썰거나 마늘을 다지는 일을 하고 있다. 식당 주방에서 보조로 일하던 직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직접 칼을 잡은 것이다. 김씨는 “그렇다고 급여를 더 주고 식당 보조 직원을 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주방장이나 부주방장 보다 임금 더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인 업체들의 구인난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고. 특히 중소업체들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와 복지 혜택 부족으로 직원들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역대급 인플레이션 여파로 인한 각종 비용 상승까지 겹쳐 생존 모멘텀까지 위협받고 있다.
최근 들어서 한인 업주와 매니저급 관리자들 사이에서 ‘편한 시절은 갔다’는 말이 일상적 표현이 되고 있다.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직원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못하자 1인 다역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급여를 인상해도 예전처럼 쉽게 찾아 오는 지원자도 없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구인난은 외식업계를 비롯해 중소 업종에 더욱 큰 타격이 되고 있다. 한인타운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업주는 “손님이 몰리는 점심 시간이 되면 직원 5명과 함께 가족까지 나서 식당일을 돕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답답하다”며 “일손이 부족해 직원을 구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충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 정도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직원 충원을 하지 못해 영업 시간을 단축하거나 메뉴나 서비스를 줄이거나 아예 폐업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은 비단 한인 스몰 비즈니스들만의 상황은 아니다. 미국 산업 전반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CNN비즈니스는 전미 자영업자연맹(NFIB)이 발표한 7월 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내 중소 자영업체들의 49%가 직원을 충원하지 못해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6월에 비해 1%포인트, 5월 보다 2%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48년 만에 최저치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만큼 구인난 상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구인난을 지속시키는 동인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 여파 중 하나인 개솔린 가격 급등은 중소업체 직원들의 생활비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더 좋은 급여 조건을 제시하는 직종으로 이직하거나 아니면 취업을 미루면서 취업시장 상황을 살피는 관망 모드로 들어간 것이다.
또 신규 이민자가 줄어든 것도 구인난 악화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여기에다가 아직도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근로자들이 일자리에 나가는 것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CNN비즈니스는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연방 노동부가 발표한 전체 근로자 규모가 3월 비해 40만명이 줄어들었다. 현재 미국의 노동참여 인구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 초에 비해서는 약 60만명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구인난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 증가 부담과 함께 한인 업체를 포함한 미국 내 중소업체들의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면서 미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소업체 중 코로나19 이전 매출의 90% 이상 회복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지난 42%에서 올해 33%로 줄어들었다. 미국 국내총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사기업 취업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업체의 구인난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