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위기에 생산시설 이전 ‘탈중국·미국 귀환’ 추세 가속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미국 노동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공급망 구축 전략에 호응한 미국 기업들이 리쇼어링(생산 시설 본국 회귀)에 나서고 있는 데다 해외 기업들도 미국 내 직접투자(FDI)를 늘리면서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리쇼어링이니셔티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리쇼어링과 해외 기업들의 FDI를 통해 만들어지는 일자리 수가 올해 34만8,493개로 2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2010년 6,011개에 불과했던 해당 일자리 수는 지난해 26만5,337개로 늘어난 상태다. 올해 전망치를 달성할 경우 지난해보다 31.3% 이상 늘어나며 처음으로 30만 개를 넘어서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기업들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운송과 원자재 조달 등 공급망 문제를 체감하면서 생산 시설을 고객과 가까운 곳으로 이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올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과 대만의 갈등을 겪으며 해외에 생산 거점을 둘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인식하게 된 점도 적극적인 리쇼어링의 배경이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공급망 구축 전략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기업들이 미국행을 택한 핵심 결정 요인은 ‘정부 인센티브’로 ‘숙련된 인력(2위)’이나 ‘공급망·지정학적 리스크(3위)’를 앞섰다. 리쇼어링이니셔티브 측은 “정부 인센티브는 반드시 보조금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현 시점에서 산업 기반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이달 들어서만 반도체육성법(Chips and Science Act)과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에 잇따라 서명하며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 거점 마련을 유도하고 나섰다. 두 법안 모두 반도체나 전기차 등 주요 분야의 생산 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에 세금을 비롯한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으로 첨단산업의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구축하기 위한 장치다.
한국 기업들은 이 같은 바이든 정부의 공급망 전략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쇼어링이니셔티브는 한국발 기업의 투자로 창출된 미국 내 일자리 수가 올해 3만5,403개로 2만2,500개인 베트남을 제치고 1위가 될 것으로 집계했다. 한국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리쇼어링으로 1,202개, FDI로 5만1,078개의 일자리를 만들며 각각 12와 4위를 기록했지만 올해 대미 투자가 급증하며 미국에서 일자리 창출을 가장 많이 하는 해외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 기업이 한국 내 생산 거점을 옮겨가기보다는 한국 기업들의 현지 FDI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WSJ는 “SK그룹은 켄터키와 테네시의 수소 생산 시설과 전기차 충전 시설 등에 22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예를 들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는 올 초 가동에 돌입한 조지아 커머시스 공장에서 1,300명을 고용한 데 이어 내년 말까지 최대 3,000명을 고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