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체류기간 대폭 단축… 컨테이너 9일이면 나와
미 서부의 최대 관문인 LA항이 지난달 사상 최고치 컨테이너 물동량을 처리하면서 물류 적체에서 반등해 회복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18일 LA 데일리뉴스는 LA 항만 당국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7월 LA항이 처리한 컨테이너 물량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 상승한 93만5,345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LA항은 올해 들어서 지난 7월까지 월별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의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은 2개월 제외한 5개월이나 달할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LA항이 사상 최고치의 물동량을 처리한 데는 수입과 수출 물동량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지난달 LA항을 통해 수입된 컨테이너 물량은 48만5,000 TEU로 지난해에 비해 3.4% 늘었을 뿐 아니라 지난 5년간 7월 물동량과 비교해도 8%나 상승했다. 지난달 LA항을 빠져 나간 수출 컨테이너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무려 13.5%나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LA항에서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수입 컨테이너가 화물차에 실려 반출되기까지 걸린 평균 체류 기간(dwell time)도 줄어들었다. LA 항만당국에 따르면 현재 LA항에 남아 있는 컨테이너는 2,000개로 평균 체류 기간은 9일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 세로카 LA 항만국장은 지난 17일 “수개월간 최고치 물동량을 계속 처리해 화물선 적체 현상을 90%까지 해소했다”며 “모든 협력사들이 함께 한 대단한 업적”이라고 말했다. 세로카 LA 항만국장의 말대로 이날 LA항 인근에 대기 중인 화물선은 불과 13척. 올해 1월에만 해도 109척의 화물선이 하역 작업을 위해 대기하면서 물류대란의 상징이 되었던 모습에서 화려한 변신이다. 7개월 만에 물류대란에서 뚜렷한 회복세로 복귀다.
LA항이 물류대란에서 빠르게 회복됨에 따라 한인 물류 관련 업체들과 수입업체들도 물량 수급이 평상시 수준을 회복하면서 한숨 놓는 분위기다. LA항의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면서 한인 물류 관련 업체들은 물론 한인 수입업체들도 LA항에서 장기간 적체 현상으로 수급에 애를 먹었던 것에서 벗어나 거의 정상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한인 통관업체 대표는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9주 연속해 하락세를 보이면서 서부 노선 운임은 컨테이너당 7,000달러대로 떨어졌다”며 “물류대란이 한창일 때 2만 달러 가까이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운임뿐 아니라 물량 수급 기간도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 부산항에서 물건을 선적하면 20일, 길어야 1달 이내면 물량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한인 수입업체들의 말이다.
하지만 LA항의 물량 처리 속도가 크게 향상되면서 한인 수입업체들에게는 고민거리가 하나 늘었다. 바로 늘어만 가는 재고다. 물류대란 때 물량 확보를 위해 중복 주문한 물량들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재고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재고대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자 소비를 줄이려는 한인들이 지갑 열기를 꺼리는 소비 위축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판매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한 한인 수입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통관 과정에서 지체되었던 물량과 함께 중복 주문 물량이 겹치면서 식음료업체를 중심으로 재고 처리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위축된 소비 심리가 회복되지 않으면 조만간 ‘재고대란’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말이 돌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