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필의 3분 월스트릿
15일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중국의 급격한 경기둔화 우려와 뉴욕주 제조업 현황을 보여주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지수의 급락에도 상승한 것은 시장에 기본적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착륙에 대한 희망도 확산하는 모양새여서, 트루이스트의 키스 러너는 “시장의 기본 시나리오는 연착륙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중국 지표를 간단하게 알아보면. 7월 중국 산업생산이 전년 대비 3.8% 증가하는데 그쳐 시장 예상치(4.6%)를 밑돌았고 6월과 비교하면 -0.1%에 불과한 수준이다. 소비지출도 1년 전과 비교하면 2.7%로 전망치(5%)보다 크게 낮았다.
이렇다 보니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연 2.85%에서 2.75%로 0.1%포인트(p) 전격 인하했다. 세계 두 번째 경제대국의 경기둔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에 미국 증시도 초반에는 영향을 받았지만 금세 이를 회복했다. 이에 대해 경제 방송 CNBC의 대표 앵커 짐 크레이머는 “우리는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라며 무슨 상관이냐는 식으로 얘기했다.
즉,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데, 수출도 수출이지만 미국 내 소비가 괜찮고 지금처럼 고용이 강하다면 버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조나단 골럽은 “소프트랜딩(연착륙) 확률이 2~4개월 전보다 더 높아졌다”며 지금의 랠리가 더 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의 경기둔화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수치 감소에 도움이 되는데, 이날 서부텍사스산(WTI) 원유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9%(2.68%) 떨어진 89.41달러에 마감했다. 7월 미국의 인플레 하락의 원동력이 에너지 관련 부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 긍정적인 요소다.
같은 맥락에서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8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또 한 번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8월 CPI 보고서에 생각하기 시작하는 건 절대로 너무 이르지 않다. 여름 수요가 막바지로 가면서 항공과 호텔 요금, 렌트 비용 등은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며 “소매 휘발유값의 하락이 8월에 헤드라인 CPI를 전월 대비 0.3%p 끌어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 전역의 개솔린 가격은 갤런당 3.956달러로 한 달 전 4.577달러에 비해 약 13.5% 낮다. 무디스는 “만약 8월에 개솔린 가격이 10% 떨어진다면 헤드라인 CPI가 (전월과 비교해) 0.5%p 감소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8월 CPI에서 또 하나의 좋은 숫자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경제가 상대적으로 나쁜 것으로 나오면서 달러도 다시 강세다.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이날 다시 106을 돌파, 한때 106.5 수준까지 상승했다. 강달러는 미국의 인플레 문제를 줄여주는 측면이 있다.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에드워드 야데니 야데니 리서치 대표는 “올해 달러화가 10% 상승했는데 이는 0.5%p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있다”며 “연준이 시작한 QT도 0.5%p의 추가 금리인상 효과가 있어 둘을 더하면 1.0%p가 되며 이를 감안하면 지금이 중립금리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가 온통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8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나 8월 주택시장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선데 대해 시장을 보는 눈도 여전히 갈리고 있다. 월가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아트 캐신 UBS 디렉터는 이번 증시 랠리가 회의적이라며 “나는 여전히 지금이 베어마켓 랠리라고 보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지속적인 상승) 힘이 당혹스럽다”며 “연준은 계속 긴축을 해야 할 것이며 고용시장이 둔화할 것이다. 이는 고통을 유발하고 랠리가 더 이상 이어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JP모건은 국채금리가 3.5% 가까이 갔던 지난 6월에 비하면 낮기 때문에 성장주를 중심으로 하반기에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차적인 분기점은 16일부터 차례대로 나오는 월마트와 홈디포, 타깃 같은 대형 유통업체와 소매판매 실적으로, 이들의 실적을 보면 미국 경제의 체력이 얼마나 되는지, 이날처럼 주요 악재를 뚫고 나갈 수 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