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생산자물가 상승세 꺾여…주요 원자재 가격 안정세
천정부지였던 세계 각국 물가가 이젠 정점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차츰 감지되고 있다.
세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미국 물가 상승세가 마침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급등했던 원자재 가격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단, 전쟁 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뜨거운 상황이어서 물가 상승세가 전반적으로 둔화했다고 판단하기엔 일러 보인다.
15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6월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4월 8.3%에서 5월 8.6%, 6월 9.1%로 올랐다가 7월에 8.5%로 내렸기 때문이다.
여기엔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선 것이 한몫했다. 지난달 에너지 가격이 전월보다 4.6% 하락한 가운데 휘발유 가격은 7.7% 급락했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이 이달 11일엔 갤런당 3.99달러로, 4달러 선을 밑돌기까지 했다. 휘발유 가격은 6월 중순에 5.02달러로 정점을 찍고선 이후 58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미국의 생산자물가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7월에 전월 대비 0.5% 내려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생산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4월 0.5%에서 5월 0.8%, 6월 1.0%로 계속 뚜렷이 오르다가 돌연 마이너스를 보인 것이다.
생산자물가 역시 에너지 가격의 안정 덕분에 상승세를 멈춘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중국 PPI는 7월에 작년 동월보다 4.2% 올라 전월 상승률(6.1%)보다 많이 둔화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13.5%로 2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뒤 계속해서 내리는 추세다.
중국 소비자물가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7월에 2.7%로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시장 전망치(2.9%)에 못 미친 데다가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아직 상당히 낮은 편이다.
향후 세계적인 물가 흐름을 낙관할 만한 여지가 적지 않다. 그동안 물가 급등의 주범인 에너지와 기타 원자재의 가격이 최근 들어 안정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3월에 배럴당 130달러를 웃돌며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차츰 내리며 이달 들어선 한때 배럴당 90달러 선을 밑돌기도 했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리 가격은 최근 3개월 사이 12.5% 내렸고, 철광석(-19.3%), 니켈(-14.9%), 알루미늄(-9.3%) 등도 10% 내외의 하락세를 보였다.
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7월에 전월보다 8.6% 내려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3월에 고점을 찍은 뒤 4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유럽의 물가 상황은 세계 다른 주요 지역들과 온도 차를 보였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1월 5.1%에서 7월 8.9%로 꾸준히 오르며 상승세가 꺾이질 않고 있다.
영국의 물가는 4월부터 6월까지 계속해서 9%대의 상승률을 유지했다.
독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 7.6%에서 7월 7.5%로 소폭 둔화한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와 지역 내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 등의 혜택이 8월 말로 만료돼 9월에 재차 독일의 물가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세계 전반의 물가 상승세는 일단 6월까지는 고조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38개 회원국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에 10.3%로, 전월(9.7%)보다 더 올랐다.
OECD는 식료품·에너지 물가 상승세가 인플레이션의 주된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