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미국내 7월 판매량서 현대차 능가
한국자동차 브랜드 중 기아가 현대차보다 더 빨리, 더 멀리 질주하고 있다. 올해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기아의 판매량이 현대차를 역전하는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인데 한 수 앞선 디자인과 탄탄한 모델 라인업 구축으로 한국자동차 브랜드의 판도가 뒤바뀌는 상황이다.
4일 기아 미국판매법인(KA)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7월 미국 시장에서 총 6만2,449대를 판매했다. 이는 같은 달 현대자동차 판매량(6만631대)을 넘어서는 것이다. 연간 판매량은 현대차가 40만4,498대로 기아(39만 5,789대)를 소폭 앞선 상황이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연말로 갈수록 기아가 올해 전체 판매량에서 현대차를 추월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두 브랜드의 판매량 격차는 불과 5년 전인 2017년에만 해도 현대차(66만4,961대)가 기아(58만9,668대)를 압도하는 상황이었지만 이제 두 브랜드의 위치가 바뀐 것이다.
한국에서도 기아는 현대차보다 더 잘나가고 있다. 7월까지 기아의 한국 시장 판매량은 31만3,887대로 현대차(31만3,030대)를 넘어섰다. 결과적으로 기아가 현대자동차그룹 산하로 들어간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에 한국에서 현대차 판매량을 넘어서는 것이 확실시된다. 그룹명 자체가 ‘현대자동차’임에도 불구하고 최대 시장인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기아가 현대차를 누르는 ‘역성 혁명’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아가 현대차의 아성을 넘어선 것은 브랜드 혁신과 대중적인 디자인·다양한 모델 라인업 덕분으로 분석된다. 기아는 지난해 1월 이름을 ‘기아자동차’에서 ‘기아’로 변경하고 엠블럼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교체했다. 이후 출시된 스포티지와 쏘렌토, 카니발 등은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더해 차량 라인업이 현대차보다 다양한데 특히 강점을 갖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셀토스와 니로, 스포티지, 쏘렌토, 텔루라이드, 카니발 등 소형부터 대형 밴까지 촘촘한 제품군을 갖췄다. 대표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SUV 플래그십 시장에서 기아 텔루라이드(5만5,211대)가 현대차의 팰리세이드(4만 8,758대)를 압도하고 있다.
같은 우산 아래에서 숙명적인 경쟁을 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는 친환경차 시장에서도 격돌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올해 두 브랜드의 대표 상품인 아이오닉5(1만5,670대)와 EV6(1만4,284대)가 7월까지 비슷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후속 전기차 모델의 경우 현대차가 아이오닉6로 세단 모델을 공개하고 판매를 앞둔 가운데 기아는 대형 전기 SUV EV9을 출시할 예정이라 향후 경쟁도 주목된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