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나스닥이 0.18%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28%, 0.14% 떨어졌다. 경기가 둔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떨어질 것 같다는 근거들이 나왔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인사가 “갈 길이 멀다”고 한 데 이어 시장에서도 데드 캣 바운스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졌다. 존 스톨츠푸스 오펜하이머의 최고투자전략가는“시장은 지난 주에 있었던 랠리를 시험해보려고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시겔“지금 중립금리 위에 있어 금리 인상 곧 끝내야”
카쉬카리“침체 상관 안 해… 인플레 높아 갈 길 멀어”
“8월 시장에 좋을 수 있어”vs“강한 고용에 속지마라”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오전 중 연 2.59%대로 급락했다가 다시 상승해 2.61% 선까지 올라왔다. 지금은 경제지표가 서로 엇갈리면서 전문가들의 전망도 상반되고 있는데, 정말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볼지, 반밖에 안 남았다고 할지 관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얘기가 나올 정도로 모든 게 뒤엉켜 있다.
이날 나온 주요 데이터를 보면, 코스타(CoStar)에 따르면 올 2분기 미 전역의 평균 아파트 임대료가 전년 대비 9.4%(연율 기준) 증가했다. 앞선 2개 분기 증가율(11%)보다 낮아진 것인데, 9.4% 수치 자체는 역사적으로 높지만 증가율이 조금씩 낮아지는 상황이다.
임대료 같은 거주비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3분의1 정도를 차지하는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임대가격 상승은 주택 매매가격의 급등과 함께 발생했다”며 “이제 이것이 약간 둔화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임대료 부분에서 증가율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임대료는 제품가격 인상과 함께 임금인상 요구를 불러올 직접적 요인 가운데 하나다. 높은 렌트비는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이 떨어져도 인플레이션이 끈적끈적할 수 있다는 분석의 핵심 근거이기도 하다.
임대료의 선행지표인 주택가격도 최근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모기지 데이터 분석회사인 블랙나이트는 6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17.3%로 전달(19.3%)에 2%포인트(p)나 하락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가장 강력했던 한 달 하락폭이 1.19%p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떨어지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것이다. 산호세,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샌디에고 등 앞서 많이 올랐던 지역의 하락폭이 크다고 한다.
다만, 양면을 같이 봐야 하는데, 상승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명확하지만 여전히 절대 수치는 너무 높다. 데이터를 볼 때는 항상 숫자와 비율을 같이 봐야 하는데, UBS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앨런 데트메이스터는 “상승한 렌트비의 빠른 하락은 없을 것”이라며 “(임대료가 떨어지더라도) 하락 속도가 느려서 2024년 말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인플레이션의 핵심 논쟁 가운데 하나도 기본 숫자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물가가 피크를 쳤더라도 8%대 안팎의 수치로는 인플레이션이 내려가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상승률이 내려가는 상황은 주의깊게 보되 전체적인 수치를 함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도 헛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지난주 증시 랠리를 불러온 연준의 정책 피봇과 중립금리 논의와 관련해 이날은 긍정적 얘기가 나왔다. 월가의 강세론자인 제레미 시겔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 교수는 이날 “연준은 원자재와 주택가격을 들여다봐야 한다. 앞으로의 물가상승은 실제로 멈췄다”며 “나는 우리가 중립금리 위에 있다고 생각하며 연준이 긴축 사이클을 끝내야 할 때가 가깝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금(연 2.25~2.50%)이 물가를 더 자극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중립금리에 가깝다고 한 데 대해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이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반박을 했었다. 최소 0.5%p는 더 위에 있다는 말도 있었다.
시겔 교수의 주장은 지금이 중립금리를 넘는다는 것인데 파월 의장의 생각보다도 앞서는 것이다. 그는 빠른 속도의 경기둔화를 눈여겨 보고 있는데, 그의 언급대로라면 연준은 곧 금리인상을 멈출 가능성이 있다.
반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전날 닐 카쉬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우리가 경기침체에 빠져있든 아니든 내 분석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나는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는 임금 데이터에 집중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인플레와 임금이 계속해서 상승해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는 침체를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지만 인플레를 낮추는데 헌신할 것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 갈 길이 멀다”며 “전형적인 경기침체는 높은 실업률을 보여주지만 우리는 그런 게 없다. 노동시장이 매우 매우 강하다(very very strong)”고 덧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 7월 증시는 역대 중간선거가 있던 해에서 가장 좋았다”며 “긍정적인 7월은 역시 중간선거 해인 8월과 9월에도 좋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고 밝혔는데, 마크 뉴턴 펀드스트랫의 기술 전략 글로벌 헤드는 “8월 초에는 약간의 난기류를 보겠지만 8월 하반기부터 9월 중반까지 시장이 계속해서 상승하게 될 것”이라며 “연말에 더 높은 수준에서 증시가 마감되기 전까지 잠재적인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많았다. 약세론자 가운데 한 명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은 “채권시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 있다고 가정하기 시작했지만 이는 평소보다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고 경기침체를 동반할 수 있다”며 곧 끝날 것 같은 지금 상황을 즐기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는 증시가 경기침체에 관한 가격을 완전히 반영하지 않았으며 침체가 올 경우 S&P500이 3,0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침체를 피하면 3,400~3,500이 바닥이 될 것으로 봤다. 이날 종가를 감안하면 약 17.4%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WSJ은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의 반등이 단기적일까봐 걱정한다”며 “약세론자들은 7월의 빠른 상승세가 또다른 불마켓의 시작이라는 희망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침체가 생각보다 깊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 헤지펀드 크레스캣 캐피털의 케빈 스미스 CIO는 “당국자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경기침체를 앞두고 노동시장이 항상 뒤처지는 지표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건 슬픈 일”이라며 “인플레이션은 너무 높고 연준이 너무 뒤처져 있어 마이너스 성장이 매우 길어질 수 있으며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고 했다.
루트홀츠 웰스매니지먼트의 벤 칼슨은 “시장은 항상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금은 내 기억에 가장 어렵다. 데이터와 전문가 의견이 너무 충돌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고사하고 지금 상황도 설명이 어렵다”며 “이것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이상한 경제이며 내년에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주식시장이 최고치를 찍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