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현 재무장관 ; “6월 실업률 3.6% 완전고용,
신규 일자리 매달 40만개씩 고용 탄탄… 침체 전망 과해”
27일로 예정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미국 재무부의 전·현직 장관이 정반대의 경기 판단을 내놓았다. 현직인 재닛 옐런 장관이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섰다고 볼 징후가 없다”고 세간의 침체론을 차단하고 나선 반면 인플레이션의 ‘덫’에 빠질 가능성을 꾸준히 경고해온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경제가 침체를 피해 ‘연착륙’할 확률이 낮다”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지난 24일 NBC방송에 출연해 “경기 침체는 경제가 전반에 걸쳐 약화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가 경제를 낙관하는 근거는 지금도 강세를 보이는 미국의 고용 시장이다. 6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는 전월 대비 37만 2,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인 26만 5,000명을 크게 웃돌았다. 6월 실업률도 완전고용 수준인 3.6%를 기록했다. 옐런 장관은 “앞으로 고용이 둔화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지금은 신규 일자리가 매달 40만 명씩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고용이 이토록 탄탄한 와중에 경기가 ‘기술적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은 과하다는 것이 옐런 장관의 입장이다. 현재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전 분기 대비 0.4~0.5%로 예상대로라면 1분기의 마이너스(-1.6%) 성장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의 경제예측 모델인 ‘GDP나우’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2분기에도 -1.6% 역성장을 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미국 경제는 2개 분기 연속 후퇴하며 이론상 경기 침체에 진입하게 된다. 이에 대해 옐런 장관은 “고용 강세는 설령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다 하더라도 침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며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경기 침체를 판정한다면 ‘놀라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NBER은 경기 침체 여부를 공식 판정하는 기관이다. 미국 2분기 GDP는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결정하는 하루 뒤인 28일 공개된다.
이에 반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서머스 전 장관은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과거에 비춰볼 때 인플레이션율이 높고 고용이 저조할 때 경기 침체가 항상 뒤따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9.1%를 기록해 미국의 고물가가 매우 심각한 수준임이 확인됐다. 올 3월 한때 16만 명대까지 줄어들었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이달 15일 기준 25만 1,000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일자리 수가 구직자 수를 훨씬 능가하는 구인난이 점차 완화하고 고용 시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고용 지표가 좋게 나온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블룸버그통신이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이달 8~14일에 실시한 설문 결과를 보면 향후 1년 안에 경기 후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률이 47.5%로 지난달(30%)보다 크게 높아졌다. 통신은 “연준의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후퇴할 것으로 우려하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고 해설했다. 마이클 게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미국 경제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하반기부터 약한 경기후퇴 상태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을 놓고도 두 사람의 의견은 엇갈린다. 옐런 장관은 “지금의 인플레이션율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연준의 금리 인상이 물가 상승률을 완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서머스 전 장관은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이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7월 FOMC에서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고물가를 해소하려면 한 번에 1%포인트까지 올리는 ‘울트라스텝’까지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머스 전 장관은 옐런 장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하는 오판을 했다’고 시인한 사실을 거론하며 “정부와 연준이 이런 실수를 반복한다면 나중에 고통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