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편 취소 잇따라… 12시간 이상 공항에 갇혀
“보복여행 수요 폭발 속 항공사들 인력부족 방관”
남가주에 거주하는 허모씨는 개인적으로 유럽여행 나섰던 지난주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영국 런던의 히스로 공항으로 갈 예정이던 항공편이 갑자기 취소되면서 스위스에서 12시간을 오도가도 못하고 꼼짝없이 머물러야 했다. 이로 인해 LA로 돌아오는 연결 항공편을 놓친 그는 가족과 함께 런던에서 달라스로 오는 항공편을 간신히 구해 미국에 도착했지만 이번에는 다시 달라스에서 LA로 오는 항공편이 결항됐다. 허씨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공항에서 대체편을 알아보는 우리에게 고객 서비스 센터에 연락해보라는 말뿐 도움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인 무역업체 A사는 최근 국내외 출장을 가는 직원들에게 출장 지침을 내렸다. 중요 업무 서류는 수하물에 넣지 말고 반드시 기내에 가지고 탑승할 것과 출장 일정 보다 1일 먼저 출발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었다. A사 대표는 “결항과 수하물 분실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해 출장 지침을 만들어 공유해 실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빈사 상태까지 내몰렸던 미 항공업계가 이젠 ‘보복 수요’ 증가에 항공편 결항과 연착에 수하물 분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억눌렸던 항공여행 수요가 한꺼번에 터지며 본격화하고 있지만 항공업체들이 경영난 타개를 위해 매출 상승에만 관심을 가질 뿐 항공사 인력은 물론 공항 인력 확보를 하지 못한 탓이다. 끊이지 않는 항공대란의 피해는 오롯이 항공 여행에 나선 탑승객에 전가되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으며 한인들도 이같은 피해에서 예외가 아니다.
이와 관련 LA타임스(LAT)는 미국 항공사들이 보복 수요를 감안해 인력 충원을 제때 하지 못하면서 항공편의 결항과 지연에 심지어 수하물 분실 사태가 급증해 항공 여행에 나선 탑승객들의 피해와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항공편의 지연과 결항 사태는 주말과 연휴를 중심으로 급증하면서 이젠 일상화로 굳혀지는 모양새다. 항공편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항공편 결항 건수는 2만6,000건에 육박하면서 전체 항공 편수의 2.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편 지연 건수도 26만 건으로 전체 항공편 중 22%에 해당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은 항공기 조종사를 비롯한 승무원과 공항 관제 요원 등의 인력 부족이다. 하지만 항공사와 공항의 인력 부족은 항공업체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LAT는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경영사 어려움을 겪던 항공업체들은 희망퇴직이나 해고로 인력을 대폭 줄였다. 그 이후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미국 주요 항공사들의 경우 올해 봄시즌에 들어서면서 16%의 인력 부족 현상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여행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었다는 항공업체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인력부족 사태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지만 매출 회복에만 초점을 두다 보니 인력 충원을 뒷전으로 미루고 말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항공대란의 피해는 고스란히 탑승객들의 몫으로 돌아오면서 피해에 따른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연방 교통부에 따르면 항공사에 대한 불만 접수 건수는 5월에 4,344건으로 2019년에 비해 237%나 급증했다. JD파워의 소비자 만족지수에서도 항공사에 대한 만족도가 20점 이상 급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료는 계속 치솟아 6월 현재 국내서 왕복 항공권의 평균 가격이 605달러로 1년 전에 비해 33%나 급등해 탑승객들의 불만에 기름을 붓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