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발 묶였다 학비 부담에 포기… “무스펙 박탈감”
졸업을 유예하고 미국 어학연수를 준비하던 대학생 이수빈(25) 씨는 부모님과 상의 끝에 이를 포기하기로 했다.
최근 환율이 폭등해 학비 부담이 커진데다 현지 물가까지 고공행진 하면서 도저히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24일(한국시간) 연합뉴스에 "원래 2020년에 어학연수를 가려고 했지만, 코로나19로 무기한 연기했었다. 올해는 팬데믹이 수그러드는 분위기가 돼 나갈 수 있나 싶었더니 고환율과 고물가 때문에 결국 또 포기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가장 높은 1천330원을 넘어서고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 주요 영어권 국가의 물가도 폭등하면서 국내 대학생들이 외국행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시기 대학 생활을 해 해외 경험이 적은 '코학번'(코로나 학번)들은 졸업 전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올해에도 유학길이 막히면서 '무스펙'에 따른 박탈감을 토로하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 소셜미디어에는 "교환학생을 한 달 앞두고 취소할까 생각 중이다", "돈 걱정을 하느라 해외에 나가봤자 제대로 생활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세대가 해외 스펙이 가장 달리는 학번일 것" 같은 자조 섞인 글이 올라오고 있다.
대학교 졸업반인 이한신(27) 씨 역시 고환율·고물가를 이유로 올 12월 가기로 한 미국 어학연수를 취소할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학과 특성상 해외 연수가 필수나 다름없다는 그는 "미루고 미루다 뒤늦게 미국에 가려고 했는데, 학비 부담이 너무 커서 취업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코로나19 전에 연수를 다녀온 동기·선배들보다 스펙이 모자라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가뜩이나 2년 넘게 제대로 대외 활동을 하지 못해 내세울 만한 스펙이 없는데 '저주받은 학번'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했다.
이씨와 같은 과에 다니는 A(27) 씨도 최근 영국 어학연수를 가지 않기로 하면서, 취업 시장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서 해외에 이미 가 있는 몇몇 친구들은 중도에 돌아오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예전에는 잘만 아껴 살면 서민층이나 중산층도 해외 경험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젠 아닌 듯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일부 학생들은 인플레이션과 고환율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것이라며 앞으로도 해외 스펙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내년 1학기 교환학생에 합격한 김모(22) 씨는 출국까지 거의 반년이 남았지만, 생활비를 모아놓기 위해 일찌감치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었다.
김씨는 "운 좋게 교환학생을 가게 돼 기쁘면서도 물가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거기서 어떻게 살아갈지 겁부터 난다"며 "그래도 앞으로는 평범한 집 학생들이 해외에 나가기가 더 어려워질 것 같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