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 등 대형 개발업체들‘자산 재조정’전략 변경
둔화 조짐이 시작된 주택시장에서‘큰 손’들이 먼저 탈출을 시작했다. 대형 부동산 투자회사들이 주택 추가 구입을 미루고 매물을 늘리는 등 자산 재조정에 나선 것인데 금리 추가 인상과 함께 집값의 본격적인 하락을 불러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사모펀드인 KKR은 최근 주택 시장 투자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KKR은 자회사 마이커뮤니티홈즈(My Community Homes)를 통해 임대주택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최근 들어 신규 부동산 구매를 50% 이상 줄였다는 것이다. 주택별로 미래 자산 가치 증대 가능성이 확실한지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자산의 옥석을 가리는데 더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블룸버그는 부동산투자시장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몇 주 사이에 부동산투자 공룡업체들의 투자 전략이 급변했다”며 “이는 전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투자 전략을 수정한 것은 KKR 뿐만이 아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메리칸홈즈포렌트(American Homes 4 Rent), 애머스트홀딩스(Amherst Holdings)도 KKR과 비슷한 방식으로 신규 부동산 투자를 줄이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부동산을 구입해 재개발 후 임대하는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데 최근 보수적인 경영으로 선회한 것이다.
기관투자자들의 부동산 투자를 컨설팅하는 업체 마인드매니지먼트의 덕 브라이언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주택 자산을 투자할 때 장기적인 관점을 지향한다”면서도 “우리는 최근 시장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있고 새로운 기회는 가을이 지나야 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부동산 투자회사들이 속도 조절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인상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주택 구매자의 모기지 대출 여력을 떨어뜨리는데 이는 주택 수요를 낮춰 시장 침체 요인이 된다.
여기에 더해 개인 뿐만아니라 대형 부동산 투자회사들 역시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야 신규 자산을 사고 재개발을 하는데 이 역시 금리 인상 때문에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투자회사 트리콘 레지덴셜은 1,700채의 주택을 5.5%의 금리로 재융자 했는데 이는 지난해 11월과 비교했을 때 이자율이 거의 2배나 올라갔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도 주택을 구입하고 판매하는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큰 손 투자자들의 전략 변경은 그 자체로 주택 시장 하락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투자자들과 달리 한 두채가 아니라 대량으로 주택을 사들이고 개발하기 때문에 안 그래도 침체가 시작된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가 빠르게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리스팅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7월 초 집계된 미국 주택 중간가격은 전월 대비 0.7% 하락했다. 부동산중개업체 프로미넌스 홈즈의 마이크 멕멀렌 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시장에 확신이 없으면 모두가 멈춘다”며 “부동산 매매 시장은 당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