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가격·할부금 사상 최대
전방위적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차량 가격 급등에 ‘카푸어’가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 융자 페이먼트를 불이행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압류를 당해 차를 잃는 사례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18일 미국자동차전문매체 잘로프닉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 융자 시장에서 서브프라임 채권 비중이 2년 전에 비해 11% 증가했다. 서브프라임은 신용이 낮은 비우량 등급으로 상환 불능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오토론 시장에서는 연체가 지속돼 차량 소유권을 잃는 일도 증가하고 있다. 잘로프닉에 따르면 자체 조사에서 오토론 차용자들이 융자 페이먼트 납부에 실패해 소유권이 금융기관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지난 2년 동안 두 배 증가했다.
카푸어가 돼 채무 상환은 물론 압류까지 당하는 것은 자동차 가격이 최근 급등했기 때문이다. 자동차정보전문업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6월 평균 신차 가격은 4만8,043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차 평균 가격이 4만8,000달러를 넘은 것은 처음으로 1달 전에 비해 1.8%, 1년 전과 비교해서는 무려 5,410달러(12.7%)가 상승했다. 중고차의 경우 신차보다 가격 상승률이 더 높아 차를 사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
차량 가격 상승은 카푸어 양산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미국에서 생활 필수품인 차를 사기 위해서 오토론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가격 인상으로 매달 갚아야 하는 월 페이먼트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소비자들이 차량을 사고 매달 내는 평균 할부금이 712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700달러를 넘어섰다. 매달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늘어나면 채무 불이행과 차량 압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와 같은 자동차 가격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자동차 시장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불러온 반도체 칩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정보전문업체 에드먼즈의 이반 드루어리 선임연구원은 NPR과 인터뷰에서 “반도체 수급난이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차 가격 상승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오토론 시장의 채권 부실화가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모기지 서브프라임처럼 경제 전체에 악재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인플레이션이 자동차 시장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어 채무 불이행이 전방위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