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 충당금 증가에 주류은행들 실적전망치 급감
미국내 경기 침체 현실화에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손충당금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인 은행들도 부실대출 확대를 경계해 대손충당금을 늘려야 하는데 비용이 증가하는 것인 만큼 실적 악화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증권가에 따르면 실적 발표를 앞둔 주류 은행들의 2분기 순이익 전망치가 최근 급격히 하향 조정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산규모 1위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14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데 전년 동기 대비 25% 이익이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함께 실적을 내놓는 씨티그룹와 웰스파고는 이익 감소폭이 각각 38%와 42%로 상황이 더 안 좋을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18일 예정돼 있는데 전년 동기 대비 29% 악화한 순이익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류 은행들의 2분기 순이익 전망치가 나빠진 것은 대손충당금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은 미래 손실에 대비해 은행들이 쌓아두는 유동성 자금으로 재무상 비용으로 잡히기 때문에 실적에 마이너스가 된다.
그런데 최근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서 금융당국의 요구에 더해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경제 침체로 예금이 줄고 대출 회수가 힘들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현금 유동성을 미리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회사 RBC 캐피털마켓의 제러드 캐시디 은행분석가는 “대형 은행 경영진들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매우 크게 보고 있다”며 “충당금을 늘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대손충당금 확대 필요성은 한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인 은행들의 주수익원인 스몰비즈니스 대출은 경제 호황기에 큰 이익을 안겨주지만 불황기에는 리스크 확대 가능성이 큰 업종이라 부실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외에도 상업용 부동산, 기업대출(C&I), 모기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향후 융자 조정이나 지불 유예 요청 규모가 커질 수 있는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대손충당금을 미리 늘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헨리 김 PCB뱅크 행장은 “경기 악화로 디폴트 확률 증가에 스몰비지니스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반기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암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대손충당금을 늘려 확보하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인 은행들이 사상 최고의 역대급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팬데믹 기간 연방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으로 부실 대출이 줄어들면서 이에 대비해 쌓아두었던 대손충당금을 순이익으로 환입한 덕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경기 침체 현실화에 반대로 돈을 벌어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 대형 은행보다 자산규모가 작은 커뮤니티뱅크들이 더 큰 손실을 보는 것이 사실”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대손충당금 확대는 한인 은행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악화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주주들에게 환원될 수 있는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 혜택을 축소시키기 때문이다. 현재 한인 은행들의 주가는 올해 최악의 시장 상황 탓에 연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