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카탈도는 쿠폰의 달인이다. 그녀는 지난 경기침체기에 1달러 혹은 50센트를 절약하기 위해 쿠폰을 열심히 오리기 시작했다. 당시 기저귀를 차던 아이가 두 명이었던 그녀는 돈이 빡빡했다. 그녀가 살던 시카고 교외의 도서관에서 가진 트레이닝 세션을 시작으로 그녀는 자신이 배운 것을 다른 이들과 공유했다. 현재는 신디케이트 칼럼과 웹사이트를 통해 쿠폰 딜과 돈을 절약하는 방법에 관해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카탈도의 세계는 뒤집혔다. 일요일자 신문에 들어 있던 종이 쿠폰들은 줄어들었으며 점차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디지털 쿠폰들은 구하기가 힘들다. 그녀는“내가 10년 이상 팔로우 해온 브랜드들이 지금은 많은 쿠폰들을 발행하지 않고 있다”며“좌절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소비자 행태 변화로 쿠폰사용 줄어드는 추세
2021년 총 발행 쿠폰, 2015년의 절반 수준
인플레로 인해 업체 쿠폰발행 부담 더 커져
전체 사용 쿠폰 중 디지털 쿠폰이 3분의 1
생활비가 수십 년래 최대 폭으로 치솟으면서 바겐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쿠폰은 소비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로서 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시카고 대학의 부스 비즈니스 스쿨 마케팅 교수인 산제이 다르는 말했다.
하지만 이 도구는 점차 얻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칸타르 미디어 추산에 따르면 2021년 종이와 디지털 형태로 발행된 쿠폰은 총 1,680억장으로 2015년의 2,940억장에 비해 크게 줄었다. 줄어드는 쿠폰 시장에는 배포된 쿠폰 수만 포함된 게 아니다.
계산대에서 제시되는 쿠폰의 비율 역시 그렇다. 하버드와 조지타운 대학 경제학자들이 쓴 연구논문에 따르면 모든 종이 및 디지털 쿠폰의 실제 사용 비율은 2020년 0.5%로 하락했다. 1980년 대 초 이 비율은 3.5%였다.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좀 더 큰 관점에서 본다. 점점 더 시간에 쫓기는 소비자들이 치약 몇 푼을 아끼려 자잘하고 귀찮은 일들을 감당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쿠폰 사용의 감소는 소비자 행태의 근본적 변화를 보여 준다”고 연구논문은 밝혔다.
동시에 모바일 폰들은 모든 다른 종류의 인센티브들을 가능하게 해줬다. 캐시백 리워드와 스토어 크레딧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 그리고 콘테스트 리워드 등이 그것이다.
노스웨스턴 대학 켈로그 스쿨 오브 매니지먼트의 마케팅 교수인 에릭 앤더슨은 “사용자들은 종종 매끈한 방식의 소비자 할인을 원한다”며 “전통적 쿠폰들이 이것을 해주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취약한 인센티브
우리가 알고 있는 쿠폰 산업은 미시간의 인쇄기업인 발라시스 커뮤니케이션스가 어떤 상점에서든 환금할 수 있는 특정 상품들의 할인 소책자들을 배포하면서 시작됐다. 제조업체들은 상점 할인에 대해 환급을 해주었다. 머지않아 식품업체들은 고객들을 끌어 모으는데 쿠폰이 가치가 있음을 봤다.
그러면서 신문에 자신들의 쿠폰을 끼워 넣기 시작했다. 인쇄물 쿠폰은 1999년 정점에 달했다. 또 다른 쿠폰 기업인 인마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1999년 신문 부수가 최고조로 늘어나면서 쿠폰 발행도 정점에 달했다. 이 해 발행된 쿠폰은 총 3,440억장에 달했다.
하지만 사용률 저하는 이미 시작됐다. 그 이유를 정확히 집어내긴 어렵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더블 인컴 가정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본다. 더 많은 여성들이 직업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1980년대 성장한 카탈도는 자신의 엄마가 쿠폰을 열심히 사용하던 것을 기억한다.
쿠폰 사용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의 경기침체기에 또 한 번 전성기를 맞는다. 수백만이 실직을 하고 현 팬데믹 시기보다 훨씬 적은 재정적 지원을 받던 때였다. ‘쿠포닝’(couponing)이란 단어는 ‘익스트림 쿠포닝’이라는 리얼리티 쇼 덕분에 널리 사용되는 동사가 됐다.
하지만 쿠폰을 열심히 사용하는 사람들은 제조업체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제조업체들은 쿠폰이 아니면 사지 않을 물건을 구매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어찌됐든 구매할 물건에 할 일을 제공하자는 게 아니었다. 업체들이 점차 이런 프로모션에서 발을 빼고 특정 매장 방문 때 사용할 수 있는 쿠폰 수를 제한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식품 판매업체들과 빅 박스 스토어들은 아마존 같은 전자 플랫폼들로부터 점차 압박을 받았다. 이들은 스토어 브랜드를 강화하고 프록터 & 갬블 같은 업체들에게 네임 브랜드들에 대한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할인과 관련해 재량의 여지가 줄어들자 브랜드들은 프로모션 비용으로 최대한 추가 구매를 짜내기를 원했다. 쿠폰의 평균 가치는 줄었으며 사용 가능 기간 역시 그랬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등장은 신문에 끼워 배달하는 쿠폰보다 훨씬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오퍼는 개별화 될 수 있으며 특정 대상을 타깃으로 할 수도 있게 됐다. 쿠폰은 수퍼마켓의 고객 로열티 카드와 연계될 수도 있다. 그러면 소매업체들은 쿠폰들로 인해 고객들이 브랜드를 바꿨는지 알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해준다.
쿠폰 블로거인 그렉 팍스는 캐시어들은 종종 종이 쿠폰 사용자들을 마치 물건을 훔치거나 그들의 것을 빼앗는 것인 양 대한다며 “반면 디지털 쿠폰은 모든 것이 자동적으로 처리된다”고 지적했다.(인마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배포 되는 쿠폰 가운데 디지털 쿠폰은 5%에 불과하지만 사용 쿠폰 중 비율은 3분의 1에 달한다.)
그럼에도 제조업체들은 아직 종이 쿠폰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삽입 쿠폰들은 여전히 광고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제조업체들로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쇼핑객들이 쿠폰을 본 후 스토어에 가서 쿠폰을 사용하지 않은 채 그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다.
■갑작스런 변화
쿠폰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죽어왔다면 팬데믹은 결정타를 날렸다. 겉보기에는 마치 하룻밤 사이에 요동치는 공급망과 재택근무로의 전환으로 소비자들은 절박하게 무엇이든 살 수 있는 것은 사두려는 듯 했다. 브랜드 선호도는 사라져 버렸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업체들은 선반 위에 물건을 채워놓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뿐 아니라 쿠폰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그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 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심지어 디지털 쿠폰조차 2020년 사용이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했다. 이 쿠폰들의 대부분은 특정 업체들과 연계돼있지만 쿠폰 업계는 쇼핑객들이 계약을 맺은 어떤 업소들에서도 디지털 쿠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표준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다른 인센티브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소매업체들이 쿠폰에 목을 맬지는 확실치 않다. 리사 탐슨은 쿠폰을 오리지 않고 프린트 할 수 있는 웹사이트인 Quotient(이전에 Coupons.com,이었던)에서 일을 하고 있이 업체는 프린트가 가능한 쿠폰에서 점차 손을 떼고 Coupons.com 앱을 통해 캐시백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다. 탐슨은 “솔직히 말해 이전 것은 점차 소멸되는 절약 형태이며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쿠폰 애호가들은 구식을 선호한다. 카탈도는 “어느 시점에 사라질 것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빠르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